‘널 보러 와요!’

침체된 대학 문화와 캠퍼스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연세인들의 ‘1회 연세극열전’의 포스터를 채운 문구다. 이는 연세인들이 연극을 통해 오늘날의 자신을 발견하고, 연극을 진심으로 느껴가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극’은 캠퍼스를 가득 채웠던 민주화의 열기와 함께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고유의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극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들만의 무대’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온 학내 연극동아리들은 이제 연세극열전을 통해 새로운 대학극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연세극열전, 막이 오르다

총 11개의 우리대학교 연극동아리가 모여 한 학기 동안 연세극열전의 이름 아래 무악극장에서 각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2월 24일 세란극회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행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오는 6월 4일까지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연세극열전을 기획·총괄하는 ‘극회총연합회(아래 총연극회)’의 회장 유단비양(신방·02)은 “연기 관련 학과가 없는 대학에서 연극동아리들의 입지가 좁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에서는 11개의 연극동아리가 끊임없이 정기적으로 공연을 열고 있다”며 “우리대학교 연극동아리들의 잠재력을 믿고, 그들의 가능성을 이끌 행사로서 연세극열전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사실 최근 몇년 간 학내 연극동아리들의 공연은 전체적인 연세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아는 사람’들만이 함께 하는 추세였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심하던 연극동아리들이 지난해 대학로에서 열려 많은 호응을 얻었던 ‘연극 열전’을 벤치마킹 하고, 공연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콘테스트의 개념을 결합해 연세극열전을 만든 것이다. 연세극열전 ‘Part 1’은 지난 2월 24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진행되며 ‘Part 2’는 오는 5월 9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어진다. 콘테스트는 총연극회 학생들과 연극 관련 교과목 교수, 그리고 학내 언론 기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배우, 스탭, 작품 등 총 13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해 오는 7월 2일에 그 결과를 발표한다.

대학극의 새 길을 찾아

대학극이 색깔을 잃어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대학극의 새로운 길찾기는 지난 2004년 전국의 대학 연극 동아리들을 대상으로 했던 ‘대학연극제’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세극열전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자 노력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다. 연세극열전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공연 예술의 이해’ 이철성 강사는 연세극열전에 대해 “풍성한 예술작품들을 한데 모아 여는 이번 행사의 기획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를 통해 학내는 물론, 사회적으로 문화적 가치가 창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본질적인 연극의 가치와 예술성이 낮아지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연세극열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순수관객 확보’와 ‘대학극의 질 향상’이다. 총연극회 부회장 이병율군(산업시스템·03)은 “매년 열리는 아카라카 행사처럼 연세극열전도 연세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연세인들의 관심을 끌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인데 그 중 하나가 ‘사랑 티켓’이다. ‘사랑 티켓’은 학생회관 앞에 설치될 데스크에서 1천원에 티켓을 구매하면 연세극열전 참가작을 1천 5백원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양은 “우리의 연극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수익보다는 연세인들이 부담없이 보러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또 참가작을 소개하고 이번 연세극열전을 알리는 안내책자도 발행해 적극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다.

연세극열전의 내일을 기대하며

시작할 때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직 부족한 준비와 적은 관심이 이번 행사 과정 중에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를 새로운 시작의 한 과정으로 지켜봐 준다면 보이지 않는 가능성은 현실로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연세극열전 포스터에는 거울 속에 가면 쓴 얼굴이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의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모두의 인생과 이야기를 비추는 솔직한 거울이 되고픈 11개의 연극동아리 구성원 모두,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삶에 갈채를 보낼 연세인들을 기다리며 무대의 막을 열어젖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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