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거기엔 창살이 있었다, 그때 창살들의 손목은 아주 빛나는 황금색이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그리로 우리는 편지를 내보냈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글자의 편지를. 우리 뒤에선 햇빛 한 자락이 놀고 있을 때가 많았다, 구름도 놀고 있었다, 우리는 손을 내밀기도 하였다, 지상에서 가장 붉은 피톨 뛰어다니는 손을,

그랬다, 거기엔 계단도 있었다, 그 돌계단의 빛깔은 잿빛, 흰...., 눈이 앉으면 희게 변하고, 빗방울이 앉으면 부드럽게 미끄려져 내리던 잿빛, 흰 돌계단, 우리는 빗방울을 열고 들어가곤 했다, 빗방울 속에는 방들이 많았다, 황금의 방, 초록의 방, 희망의 방, 문득 성공의 방, 우리는 모든 방들의 깃발들을 가지고 놀곤 하였다, 그 깃발들이 닳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흔적 없는 살일 때까지, 빗방울을 열고 나와 그것들을 창살에 걸치기도 하였다, 어느 궁전의 카펫트처럼 계단에 펴기도 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꿈의 헝겊으로,

이제 가자, 거기로, 또 한 해가 온다, 거기로 가자, 또 한 해를 거기 걸치자, 눈 속으로 걸어들어가자, 빗방울 속으로 걸어들어가자,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글자의 편지들을 보내자, 누군가 읽을 거다, 우리의 편지, 만질거다, 우리의 손, 안을 거다, 우리의 심장, 우리의 뼈,

아아아 새해, 우리는 언제나 새해를 기다린다, 희망의 손은 부드러우니, 모든 심장은 무수한 실핏줄의 길들로 덮여 있으니, 보아라, 그 실핏줄들 모든 상처를 건너는 것을.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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