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운세를 보는 사람들

2004년을 보내며 달콤한 추억도, 쓰디쓴 아픔도 송년회 자리의 술 한잔에 털어버린 사람들은 이제 새해를 바라본다. 이런저런 계획을 꾸리며 새해의 청사진을 그리는 이들은 종종 ‘변화의 학문(易學)’으로 희망을 전파하는 역술인을 찾곤 한다.
신촌의 한 사주카페,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느긋한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과 타로카드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한 역술인. ‘몇달 후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역술인의 말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반대편 끄트머리 자리엔 그들보다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두 여성이 이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역술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신년운세를 점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이화여대 인근 사주카페에서 일하는 김수정씨(34)는 “새해를 맞아 구체적인 계획의 성패를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사업운, 고시도전 여부 등 여러가지 질문이 오가지만 역시 가장 많은 질문은 재물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경기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심리가 신년운세를 점치는 역술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심리를 짐작하기에 역술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신년운세를 말해주곤 한다. 김씨는 “악운에 대해 인식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좋게 말해주는 게 보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운세를 보는 것일까? 원부연양(정외·휴학)은 “처음에 점을 봤을 때는 나의 상황을 맞춰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양은 운세풀이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번 운세를 보면서 역술인들이 역학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쌓은 지식과 언행으로 개인의 상황을 추측해내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양은 운세를 보는게 예언을 믿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역술인들은 상대방의 상황을 잘 알아내기 때문에 굳이 예언이 아니더라도 자세한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양의 말처럼 오늘날의 역술인들은 예언자(fortune-teller)뿐만 아니라 상담자(counselor)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내년에 계획한 일들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설령 답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불안을 잠재울 희망을 얻는 것이다. 또한 새해,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할 ‘이상적인 나’를 꿈꾸게 하는 것도 바로 역술인이 그려낸 ‘미래의 나’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의 신년운세는 어떨까? 우리대학교를 사람으로 가정하고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의과대학이 합쳐져 ‘연세대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1957년 1월 5일로 월별 운세를 점친 결과, 우리대학교는 길흉이 교차하는 한 해를 보낼 것이며, 과욕을 부리지 않으면 닭의 해를 결실의 시기로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나왔다. 특히 우리대학교의 역사가 1백20주년이 되는 5월엔 ‘땅 위의 오곡이 소생하는’ 생명의 달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운세가 비전의 또다른 표현이라면 그것을 일궈내는 것은 인간 노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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