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乙酉)년 새해를 맞았다. 올해는 우리대학교가 창립 1백2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연세 구성원 모두에게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한해가 될 것이다. 국내 최고의 사학이라는 현재의 위상에 안주하기에는 국내외 대학사회의 상황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상황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연세’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치중한 발전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학의 진정한 발전은 대학 본래의 사명인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대학들이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라면 국제적 수준에 맞게 교육과 연구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교육과 연구 여건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동안 우리대학교는 교수 충원률을 높이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국내 다른 대학들과 비교해서 우수한 수준이다. 연구비 수주 실적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오는 2010년까지 종합적인 대학평가에서 세계 1백위권대의 국제적 대학으로 발전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교수 대 학생 비율, 학부생 대 대학원생 비율, 교육 및 연구시설, 연구실적 등 모든 지표를 국제적인 연구중정대학원중심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대학의 발전은 학교본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렵지만 졸업하기는 쉽다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도록 대학은 말 그대로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한다. 교수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서는 학점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학습량이 요구되는 강도 높은 수업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 학생들 역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학교당국과 교수들에게 당당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대학과 국제적인 명문대학들의 교육방식을 비교해볼 때 과목당 학습량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 대학들이 사회 진출을 위한 직업교육기관 수준에 머무른다면 대학의 학문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하는 우리대학교로서는 대학원 교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우리 학계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학문 연구에 더 많은 배려를 해서 학문간 균형적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대학교가 창립 1백20주년을 도약의 전기로 삼아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기를 밝아오는 새해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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