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가 선출됐다. 단일 선본으로 선거를 치러진총여학생회와는 달리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4개의 선거본부가 출마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이른바 ‘비권’을 표방했던 ‘탈정치 작은 총학-니가 필요해’ 선본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 간의 열띤 공방은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반면, 학생들의 무관심과 냉소는 여전했다. 3일의 투표 기간 동안 50%의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투표가 하루 연장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50.27%로 간신히 50%를 넘었다. 지금까지 총학생회의 운영방식에 대한 연세인들의 평가가 이런 방식으로 나타났고 더욱이 소위 ‘비권’의 당선은 기존 ‘운동권’들의 학생운동 목표설정과 방식에 대해 학생들이 상당히 식상해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새롭게 당선된 42대 총학생회는 연세인들의 무관심과 식상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선에 섰다. 당선된 선본은 지금까지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본부와의 투쟁방식을 지양하면서 실질적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적 합리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매년 등록금 책정과 관련된 학교본부와 총학생회간의 협상은 충분한 대화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대화를 잃어버린 관계에는 일방적 주장과 과격한 행동만이 횡행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에게 불신의 상처만 깊게 남기곤 했다. 이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새 총학생회와 학교본부는 끈기 있게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대의기구다. 학생들의 참여와 지지가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귀를 열어두려는 태도가 필요하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충실히 실행할 수 있는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번 당선자들은 학생들과 소통을 장담하는 공약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적극적인 과반과 총학생회와의 교류실시, 예산안의 상시적 공개, 2주마다 이뤄지는 총학정책 토론회 개최 등의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스스로의 논리에 파묻혀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읽지 못하는 자가발전식 운동 논리에는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세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학생활동을 선도하는 총학생회가 돼 주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성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는 총학생회가 돼야 할 것이다. 학생의 본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연세사회를 가장 바람직한 교육의 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성숙한 지성인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그리하여 전체 연세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총학생회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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