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이 있다?

내일이 리포트 제출 마감일인 세순이, 다급할 만도 한데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밤늦게 세순이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리포트 전문 인터넷 사이트. 세순이는 리포트 몇 개를 다운받아 능숙한 솜씨로 짜깁기를 한다. ‘복사하기’와 ‘붙이기’ 버튼만으로 금세 리포트 한부가 완성된다.

학생들 사이에 ‘리포트 베끼기’가 만연해 있다. 웹문서 일부를 무단으로 퍼 오거나 기존 리포트 전체를 다운받아 그대로 제출하는 ‘간 큰’ 학생들도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고려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표절검색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우리대학교에는 “인터넷에서 산 리포트로 A를 받았다”는 문아무개양의 사례에서도 보이듯 표절에 대해 실질적인 대응이 없어 공공연히 표절이 이뤄지고 있다.

표절을 범죄와 동일시하는 미국 대학에서는 리포트 표절에 대한 제재도 우리나라 대학보다 훨씬 엄격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다른 문서를 무단으로 도용하다 제재를 받았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기도 한다. 실례로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학칙에 표절 사례와 처벌 규정을 명시해 리포트 표절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표절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도, 학칙에 표절에 관한 처벌을 명시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주체가 표절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는 것”이라는 김성수 교수 (학부대·현대소설)의 말처럼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양심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학기말이 다가오면서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 사회의 ‘지성인’으로 표현되는 대학생으로서 리포트 표절과 같은 작은 것에서 부터 양심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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