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열풍’. 유명 연예인들이 누드사진을 찍는다는 소식이 이제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논란 사이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젊었을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답한다. 본심이야 어쨌든 이러한 상투구의 존재 자체는 누드가 자기 기록의 매력적인 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이 때문인지 이젠 일반인의 누드 시도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누드사진’은 일기나 셀프카메라 사진과 같은 자기 기록행위에 비하면 상당히 특이한 경우다. 그러나 옷이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몸을 꾸며주는’ 도구. 아무래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은 그 어떤 수단으로 표현한 자신보다도 솔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일반인 누드는 연예인 누드와 다르게 상업적인 성격을 가진다기보다는 개인소장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찍은 사진을 소장하거나, 연인과 둘만이 간직할 수 있는 비밀스런 추억을 남기기 위해 누드사진을 찍는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누드사진을 찍어 자신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이지영양(사회계열·1)의 말처럼 누드사진 역시 이런 욕구를 실현하는 한 방법이 된다.

자기 누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찍는 방법에 따라 단순한 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를테면 아름다움을 포착한 누드사진은 나를 기록하고, 남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음란하다기 보다는 당당한 자기 표현으로 인식돼, 자신의 누드사진을 개인 블로그나 특정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사이트 퍼니북(http: //www.funnybook. co.kr)에 올라 온 나지은(22), 최이지(24)씨의 누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실생활 누드, 합성 누드, 셀프 누드 등을 선보인 이들의 누드는 연예인과 다른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네티즌의 동감을 얻어 하루에 수 백명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한편,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남김으로써 자신의 아픔을 기록하는 누드도 있다. ‘장애인 누드’를 제작한 장애인 자활후견기관인 ‘사람과 세상을 향한 큰 날개’ 박지주 사무국장은 “장애 여성의 몸을 솔직하게 기록해 이들도 성적욕구를 가진 사람이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바로 장애인을 은근히 무성(無性)취급하는 몰이해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 촬영에서 자신의 누드를 공개한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상담간사는 “누드를 통해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장애를 솔직하게 기록하고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구속하던 장애의 굴레를 벗어 던졌기 때문이다. 이어 이간사는 “전신마비의 몸으로 누드사진을 찍는 것은 종기가 생길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지만, 억압돼 오던 장애 여성의 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데에 만족한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아름다움과 젊음의 기록, 소중한 사람과의 은밀한 추억, 연예인 못지않은 자신의 몸을 공개하고 싶은 욕구, 자기 구속에서의 탈출 등 자신의 벗은 몸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처럼 누드의 일반화가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누드에 대한 편견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례로 박사무국장은 “장애인 누드를 공개한 후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이는 ‘누드가 음란하고 선정적인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몸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자각한다면, 누드는 가장 솔직한 자기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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