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록되는 자신

앨범을 뒤적이며 추억을 되새기던 때가 있었다. 수학여행 때 줄맞춰 서서 굳은 표정으로 찍은 사진, 졸업식날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찍은 사진…. 한장 한장 볼 때마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 사진은 앨범 속 고이 간직한 추억의 기록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상의 기록이다. 디지털카메라(아래 디카)가 대중화되면서 사진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들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핸드폰 카메라(아래 폰카)까지 등장해 우리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밥 먹을 때, 수다 떨 때, 쇼핑할 때 디카에 일상을 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디카와 폰카의 등장은 또한 나를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 셀프카메라(아래 셀카)로 시선을 옮기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도 자화상을 그리거나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영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는 ‘얼짱 셀카 사진 찍는 법’ 등이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서 보듯 셀카는 이미 우리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사진예술의 이해’를 강의하는 신수진 강사는 “과거엔 장비나 기술의 제한으로 소수만 그 즐거움을 누렸다면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자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카메라의 초점 거리가 짧아지고 팔만 뻗어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대중화 된 것은 셀카의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저장이 가능해진 점도 젊은 층이 셀카에 빠져든 계기가 됐다. 디카는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얼마든지 다시 찍을 수 있다.

“블로그 등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 무대가 넓어진 것도 셀카가 각광받는 원인”이라는 시각정보디자인과 윤일기 강사의 말처럼, 셀카를 찍는 행위엔 ‘기록’ 외에 ‘표현’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셀카를 찍어 블로그에 올린다는 이화여대 박이은주양(정치외교·3)은 “인터넷상에서는 글이나 그림 등의 매체보다 사진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셀카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찍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다. 셀카를 찍으면서 타인이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고, 타인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모습까지 담아내면서 색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신강사는 “요즘 사진의 목적은 보관 외에도 찍는 과정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전유리양(간호·휴학)도 “순간순간 내 모습을 남기는 것이 좋고, 셀카를 찍을 때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셀카를 찍는 이유를 설명했다. 조명과 각도, 혹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자신의 사진을 수정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본래의 모습과 조금 달라질지라도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대로 기록한다는 묘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표현하는 즐거움’을 가져온 셀프카메라. 셀카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돼 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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