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컴퓨터실, 모니터를 ‘싸이월드’로 채우고 있는 컴퓨터가 상당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명록을 확인하고, ‘일촌’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그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는 일은, 연세인들에게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돼버렸다. “내 이야기를 미니홈피에 올리고, 미니홈피를 통해 친구들과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싸이월드의 매력”이라는 김혜원양(인문계열·1)의 말처럼 싸이월드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네이버’, ‘다음’, ‘야후’ 등 많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이미 회원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고, 네이버와 다음의 블로그 회원도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블로그에 ‘나’를 기록한다

이런 블로그 열풍을 확인하듯, 지난 26일부터 이틀 간 글로벌 라운지에서는 블로그 문화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블로그의 의미를 제대로 모색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이는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 포럼 2004―블로그 시대의 사이버 문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행사다. 첫째날 ‘블로그 시대의 사이버문화 포럼’에서는 블로그 문화의 현주소와 그 방향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블로그에 대한 전문가들이 풀어낸 이야기는 블로그의 긍정적 미래를 전하기도 했고, 기록의 도구로서 블로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함을 깨닫게 했다.

포럼 참가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 블로그PM(Project Manager) 최호찬씨는 “마음껏 글을 쓰고 싶어 홈페이지를 개설했는데 ‘html’언어로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과정이 어려워 글쓰는 데 전념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블로그는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보다 쉽게 다른 사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며 블로그는 자신의 기록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임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블로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개인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여러 블로그 사이트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기록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손으로 쓰는 일기장이나 노트와는 달리 블로그에는 다이어리와 게시판은 물론 음악, 사진, 동영상까지 손쉽게 올릴 수 있다. 조혜민양(교육·2)은 “미니홈피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감명 깊게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담아둘 수도 있다”며 블로그의 장점을 얘기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블로그에는 용량의 제한이 없어 이용자들은 마음놓고 자신의 기록과 자료들을 올려놓을 수 있다.

기록과 기록을 만나게 하다

각자의 사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사회적인 견해까지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손수 쓰는 다이어리나 노트와 다를 바 없지만 블로그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록의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이버 상의 공간이기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개개인의 블로그를 방문할 수 있고, 그 블로그를 통해 의견의 교환도 할 수 있다. 포

럼의 둘째날, ‘전람회의 블로그’ 행사에 참가한 광운대 박영욱군(컴퓨터공학부·3)은 직접 ‘올블로그(http://allblog.net)’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곳은 서비스 제공 사이트에 따라 분산돼 있는 블로거(blogger)들을 한 곳에 모아 블로거 간의 교류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공간이다. 박군은 올해 초, 수업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해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에 전공분야에 대한 정보와 ‘올블로그’의 운영과정을 담고 있다. 블로그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여념이 없는 박군은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이 즐거워 전공을 살려 직접 사이트까지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로그 서비스를 진행 중인 ‘온네트 서비스&미디어’의 허진영 사업실장은 “요즘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이용할 때 발견되는 정보들의 출처 중 블로그의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실장의 말처럼 블로그는 개인의 기록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흐르게 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조한혜정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블로그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공간으로, 청년들이 나름의 영역으로 개척한 곳”이라고 말하며 블로그의 개방성과 그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블로그의 네트워크성은 그 기능이 ‘1인 미디어’로서의 모습까지 보임으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사건이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전달된 이후 부터 두드러졌다. 그러나 웹 칼럼니스트 이강룡씨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블로그에 개인의 이야기를 위주로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라는 말은 그들에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며, “블로그는 ‘발행’과 ‘구독’이 편리한 하나의 발행 도구이기에 기본적으로 자신의 경험적 지식을 기록하고, 후차적으로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잠들기 전, 하루를 되새겨가며 손수 적어 내려가던 일기장 대신, 키보드를 통해 채워가는 블로그의 등장은 그곳에 담기는 기록의 의미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좀 더 색다르고, 다양하게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블로그는 이제, 개인의 이야기를 싣는 공간으로서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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