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정혜(가명)와 초등학교 6학년인 명현(가명)이는 뇌성마비 장애인 남매입니다. 남매의 어머니 역시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어려운 상태고,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입니다. 정혜네 가족은 모두 장애인이지만 항상 밝게 세상을 살고자 노력하는 가족입니다.

정혜와 명현이는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병원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정혜를 낳은 어머니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지만, 정혜에게 동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설마 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로 둘째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아 너무나 가슴 아프고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합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이 때때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때, 아이들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보다 현명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모질게 마음을 먹도록 가르쳤다고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워, 아이들만큼은 자신처럼 힘들게 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병원에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정형외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2004년 5월과 7월에 각각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남매의 부모님에겐 경기침체로 인해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1천만원 가량의 진료비 납부가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세브란스 재활병원 후원회를 통해 여수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사 한 분과 일본 벧엘교회의 도움으로 또 하나의 작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또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남매가 의료급여 대상자로 선정돼 이젠 외래 치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줍은 성격의 명현이와 밝고 쾌활한 정혜 특히 정혜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답니다. 남매는 어릴 적부터 거의 집안에서만 생활해 왔고, 지금도 학교에서 집에 오면 거의 집 안에서만 지낸다고 합니다. 보행이 어려우니 집 밖에 나가고 싶어도 부모님의 도움이 없이는 나가기 어려운데, 가게를 운영으로 바쁜 부모님이 힘들게 될까봐서 입니다.

정혜는 요즘 한참 유행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카페지기로 활동 중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글에 얼마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매일 확인하는 열의를 가지고 있답니다. 퇴원한 지금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갖고 싶어 학교에서 홈페이지 제작을 배우고 있습니다. 외래 치료를 올 때마다 자신이 배운 것을 재잘거리며 자랑하는 정혜는 자신이 무엇인가 이뤘다는 기쁨에 늘 들떠 있답니다.

몇주 전 그나마 있는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려 고장났다며 울상짓던 정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정혜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정혜가 자신의 꿈을 향한 기나긴 마라톤 경기에서 끝까지 완주해, 건강하게 사춘기를 보내고 자신의 장애를 뛰어넘은 멋진 웹지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정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Windows XP가 깔린 컴퓨터도 필요하고, 포토샵 프로그램과 나모웹 프로그램을 가르쳐 줄 자원봉사자 오빠·언니들의 도움도 필요하답니다. 정혜의 소망을 이뤄 줄 천사들을 기다립니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사회사업실 박훈희 직원 (문의: 02-361-7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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