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에 대한 느낌

정현종 교수(문과대 · 국문학)

김용민 교수(문과대 · 독문학)


올해에는 응모작도 적은 편이었고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많았다. 한동안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의 시대가 마침내 가고 있음을 쓸쓸하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올해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한 결과 고심 끝에 이번에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처음 있는 일로, 연세문화상의 전통을 지키고 내년에는 좀 더 수준 높은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번에 그렇게 결정했다.
「황금뱀」과 같은 시들은 일정한 재능을 보여주곤 있지만 너무 기교에 치우쳐 있어서 진정성이 부족했다. 진정성이란 시인의 체험과 사상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읽는 이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진정성은 간단한 착상이나 느낌에 현란한 수사적 옷을 입혀 놓아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글쓴이의 괴로움과 기쁨, 삶의 무게가 온전히 녹아있어야만 자신의 색깔을 지닌 시가 나오는 것이다.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많은 이들이, ‘시는 이런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만들어졌으나 개성이 없는 기성복 같은 시들, 기존의 것을 모방한 시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적인 것’의 전형이란 없다. 스스로 자신의 형식과 내용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젊은이의 시에선 개성과 치열함이 빛나야 하는데 멋을 부리고 기교를 먼저 배우느라 진정성과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비록 기성복과 인스턴트 사물로 가득하고 섬광처럼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도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몇 날밤을 지새우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나오리라 믿는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이들이 응모해 연세문화상의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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