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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연세문화상 심사평 및 수상 소감>희곡 부문

뽑은 느낌

최종철 교수(문과대 · 영문학)

이 무협극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대의 효율적인 사용을 통한 다양한 사건의 빠르고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진묘화의 정체를 거의 끝까지 감추는 수법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심각하고 가벼운 장면의 적절한 배합과, 약육강식의 무정한 무림세계를 배경으로 한 선악의 대결 또한 관객들이 극의 사건전개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진묘화의 행위를 통해 전달되는 이 극의 주제인 허무주의적 살육과 자기 파괴는 그 동기(좌절된 사랑)가 결과에 비해 너무 미약하게 설정됐을 뿐만 아니라 결말에서 보이는 진묘화의 거의 쾌락적인 파괴욕을 뒷받침할 만큼 극 전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이 극의 결말은 사건들의 연속에 따라 인과관계로 누적되는 의미의 필연성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작 뽑힌 느낌

박웅(정외 · 4)

연극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배운 정치는 어떤 거창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많은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희곡을 쓰는 과정에서 날 그리도 괴롭힌 것은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매일 밤 침대에 엎어져 머리를 감싼 채 가슴을 쥐어뜯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없이 생각했다. 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세상은 분명 어떠한 지점과 상황에서 잘못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가? 난 세상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길 원하는가?
거칠게 표현하자면, 난 내 글에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담았으며, 난 또한, 내 글을 통해 자본주의의 폐해를 논했다. 그리고 극을 연출해 올렸다.
종국적으로 난 여러 가지의 책임을 져야 했다. 희곡이 내 개인의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게 되는 순간, 즉, 관객에게 보여지는 순간에 말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이 과연 정당한지 나에 대한 책임, 관객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게끔 잘 전달했는지, 관객에 대한 책임, 연극을 본 후 다시 세상에 복귀한 관객들이 세상을 바꿔 줄 것인지, 이 작품과 세상에 대한 책임….
공교롭게도 ‘생이 사를 지배할 때’가 공연된 다음 주에 미국의 대선이 있었고 난 부시의 재선 소식을 들었다. 음… 부끄러울 뿐이다.

응모작에 대한 느낌

최종철 교수(문과대 · 영문학)


마가렛 스타버드의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에서 동기 부여를 받은 『데렐릭타』 는 같은 제목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과 그녀에 대한 보티첼리의 심경을 극화한 작품이다. 버림받은 여인이란 뜻의 ‘데렐릭타’를 상징하는 인물 도냐와 그녀를 사랑하는 산드로 필리페피(보티첼리)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개연성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극을 전개해나간 점은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희곡은 관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데렐릭타의 형상화에 실패하고 있다. 그 일차적인 원인은 도냐를 버릴 수 없는 산드로의 감정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작업하는 화가들의 이야기, 스테파노 추기경과 ‘이단자들’의 집회 이야기, 지오반 추기경과 피에트로의 배신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도냐에 대한 산드로의 사랑은 이들 이야기 속속에 묻혀버리게 되었다. 따라서 4장의 마지막에서 보티첼리가 도냐의 화형을 지켜보고 “배신자를 향한 분노로, 교회에 대한 한탄으로, 사랑하는 도냐를 구해줄 수 없었던 무능력함”에 울지만 그의 분노와 한탄과 무능력은 『데렐릭타』를 통하여 우리의 인상에 남을 만한 극적인 표현을 얻지 못하였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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