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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연세문화상 심사평 및 수상소감>소설부문

뽑은 느낌

최문규 교수 (문과대· 독문학)

박인철 교수 (문과대· 불문학)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응모한 작품 수가 비교적 적었다. 총 13편 가운데 「고양이 전쟁」과「잔칫날」이 후보작으로 최종 심사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비교적 서술된 사건에 적당한 거리를 취하면서 동시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작품을 마무리하는 작가적 역량을 보여줬다.
「고양이 전쟁」은 남북 대치와 긴장을 상징화하는 철책선이라는 공간에서 발정기를 맞아 출현한 고양이들과 병사들 간의 음산한 싸움을 그려내고 있다. 묘사도 훌륭하고 병사들 사이의 대화도 사실적이고 적절하게 안배된 작품이다. 아울러 복합적인 심리 묘사를 위해 일종의 ‘추의 미학’에 속하는 언어적 기지도 작품의 서술적 묘미를 한층 더해 준다. 하지만 잔인한 공격성을 띤 병사들과 처절한 울음소리로 대항하는 고양이들 간의 대결을 통해 상징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잔칫날」은 단편 소설이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평가된다. 동성애는 흔히 문명적, 대도시적 주제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주제를 시골의 결혼식 잔칫날이라는 배경에서 풀어나감으로써 시골의 순박함과 수동성, 그리고 이에 대립되는 도시의 타락과 공격성을 대도적 차원에서 뛰어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게다가 남진과 휴가자 고향에 온 친구 동일 간의 관계가 처음에는 사실적 톤으로 처리되다가 동성애를 암시하는 다양한 복선을 통해 예기치 않은 극적인 전환과 연결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작품의 구성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당선작 뽑힌 느낌

조아람(신방· 4)


자그마한 액정 화면 위에 떠오른 낯선 번호, 그리고 귓가에 다가온 한 마디, “안녕하세요, 춘추 사무국입니다.” 소감이랍시고 변변치 못한 글을 끄적이고 있는 지금까지도 처음 입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얼떨떨한 당혹감은 그대로입니다. 아직 실감조차 나지 않는 실정이니 감히 기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공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때 그때 눈에 보이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하지요. 제게 있어 글쓰기라는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파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뒤섞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얼개를 갖추어 제 안에서 넘쳐날 때 저는 무언가를 끄적이지 않고는 못 견디니까요. 지저분하게 늘어놓은 방을 청소하듯이 저는 글을 씁니다.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요. 그렇기 때문에 시작은 철저하게 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글쓰기였습니다. 제가 쓰고 제가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즐거우면 그만이었던 이야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진지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제 머리가 이전보다는 더 굵어진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글을 쓰면서, 가끔씩, 아니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꽤 자주 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으니까요. ‘과연 내가 지금 잘 쓰고 있는 걸까.’ ‘내 글이 부족한 게 뭘까.’ ‘어떻게 고치면 조금이라도 나아보일까.’ 아니 하다못해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라는 궁금증, 이것은 글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목마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준 사람의 제대로 된 한 마디를 받고 싶다는 소망이요. 그래서 빈한한 글을 들고와 공모전의 문을 두드리는 사고를 쳤던 겁니다. 그 결과가 예상 밖의 형태로 돌아와서, 근본부터 소심한 인종인 저는 지금 기쁨보다 더한 두려움으로 심사가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이제 막 움이 돋기 시작한 가난한 글을 높이 평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다채로운 시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GM문학관의 귀한 벗님들과 희수언니께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다음에는 적어도 오늘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며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짧은 인사말을 대신합니다.

가작 뽑힌 느낌

안정준(인문학부· 3)

소설은 처음이다. 가작에 선정된 것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사실 상보다 더 바란 것은 글의 미비점에 대한 지적이다. 제출한 글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제출 이전에 수정할 부분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것은 작업 시간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아직 글을 퇴고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군대에서 직접 목격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글을 구성해 봤는데,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에서 벌어진 사건들이기 때문에 경험없는 이들이 볼 때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도 있겠지만 글 전체의 주제 의식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글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특히 글의 시점을 설정하는 작업이나 인물들 간의 대화를 부드럽게 처리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인물들의 성격이 글 전체에서 일관성있게 드러나도록 표현하는 방법 또한 좀 더 연마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전공 지식을 통해 역사소설을 써보고 싶다. 지적당한 문제점들을 확실히 보완해서 더욱 완숙한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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