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세 처녀귀신이 서 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시집을 못가고 자살한 노처녀, 남자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맞이한 해랑이, 사랑이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예기치 못하게 죽은 이쁜이까지. 그녀들이 겪은 운명은 기구하기만 했다. 결핍된 사랑으로 인해 어느 외딴 섬에서 자살을 선택한 세 여인은 처녀귀신이 돼 섬마을을 떠돈다. 이러한 상황 설정으로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처녀귀신갱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에 대한 메시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처녀귀신갱에서 처녀귀신들이 내뱉는 대사와 노래에는 남자에 대한 깊은 불신이 내재돼 있다. 그녀들은 남자를 ‘욕정에 물든 짐승’에 비유하며 그들의 위선을 폭로하는 말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이렇게 배우들의 입을 통해 발산되는 원색적인 말들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알알이 박히면서, 그들로 하여금 ‘남성’이라는 ‘성(性)’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남자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외침, 그 속에서도 막내 이쁜이만큼은 유일하게 사랑을 믿고 지켜나가며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녀는 제사를 지내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려고 한 신문기자 김준석에게 애정을 느끼고, 그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김준석은 오직 처녀귀신들이 떠돈다는 ‘특종’에만 관심을 보일 뿐, 끝내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쁜이가 마음에 품었던 기대는 그렇게 허물어지고 만다.
이쁜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면서 처녀귀신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들의 한을 치유하고 마침내 하늘로 승천하게 된다. 그녀들의 한이 풀리는 방법은 김준석과 마을 사람들이 추진한 ‘제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과 사랑이었다. 극을 마무리하는 곡 「미움도 사랑도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이러한 주제를 관객들의 마음 속에 아로새긴다. 처녀귀신들의 승천으로 섬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 화해의 손길을 건넨다. 그들이 손을 맞잡는 순간, 처녀귀신들과 함께 ‘해피엔딩’을 외치며 뮤지컬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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