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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공연동행기>무대 곳곳에 묻어난 그들의 쉼없는 열정연세극예술연구회 93회 정기공연 '처녀귀신가'
  • 양소은 기자
  • 승인 2004.11.29 00:00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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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무악극장, 정신없이 움직이는 스탭들과 분장을 준비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 너머로 아직 비어있는 무대가 보인다. 색색으로 꾸며진 그 곳은 무대를 채울 주인공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잠시’ 기다리고 있다. 분주함과 긴장감, 그리고 조용히 감도는 설레임. 공연을 하루 앞둔 무악극장엔 그 세 가지 공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들의 땀방울과 순수한 열정을 글로 담아내기엔 역부족이겠지만 12주 동안 이어진 그들의 여정을 천천히 스케치해본다.

12주 간의 길고도 짧은 여정

지난 25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 ‘연세극예술연구회(아래 극예술연구회)’의 93회 정기공연 '처녀귀신가'.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불과 공연 2주 전이었지만, 극예술연구회의 공연 준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진행 중이었다. 지난 9월, 개강과 동시에 이번 학기 극예술연구회의 정기공연을 이끌어갈 ‘연출’과 ‘기획’이 정해졌다. 원유나양(철학·4)과 윤정운군(경영·2)이 바로 93번째 공연의 안과 밖을 이끈 사람들이다. 곧 공연에 참여할 사람들이 합류했고, 지난 9월 9일 비로소 그들 이야기의 막이 올랐다. 정극이 아닌 뮤지컬 공연, 그리고 창작 공연을 택한 이상 연출을 필두로 모두가 함께 만들어낼 극의 틀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각자의 의견을 모으고, 또 모아서 지난 10월 중순에 완전한 대본이 완성됐다.

연출 담당 원양은 “쇼핑백 한 가득 글과 종이를 버리고 나서야 겨우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녀의 말처럼 대본 한 장, 한 장에 그들이 전하고픈 것을 담고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또 ‘뮤지컬’이기에 더욱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음악을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그 음악에 가사를 붙이고, 그에 맞는 안무까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감정이 음악과 함께 전달되므로 관객들이 배우의 심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민예슬양(생활과학계열·1)의 말처럼 뮤지컬만이 지닌 매력이 있기에 그 과정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지난 9월 중순부터 배우들의 연습이 시작됐다. 하루에도 서너시간씩 ‘말하기 스터디’·‘신체 훈련 스터디’·‘보컬(vocal) 스터디’가 이어졌다. 배우로 참여했던 최용민군(사학·휴학)은 “단순한 노래와 달리 뮤지컬의 곡은 그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성 연습도 달라지기 때문에 ‘보컬 스터디’를 따로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정을 통해 배우들은 각자의 기량을 길러나갔다.

그리고 지난 10월 초, ‘장면 발표’가 이뤄졌다. 장면 발표에서 배우들은 주어진 대본을 각자 해석하고, 다시 연기로 구현해냈다. 기획 담당 윤군은 “저마다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이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극을 이해하는 능력까지 길러준다”고 얘기했다. 이런 연습을 통해 배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법을 배웠다. 배우들이 무대 앞을 준비하는 동안, 무대 뒤를 맡은 스탭들의 발걸음도 쉴 틈이 없었다. 무대, 홍보, 분장, 조명, 소품, 음향, 의상, 안무, 기획 총 9팀으로 나눠진 스탭들은 서로의 역할을 채워가며 무대 뒤를 책임졌다. 공연 당일까지도 무대 장치와 관객석 곳곳을 손보던 그들의 노력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해지도록

공연날짜가 가까워지자 모든 일정에 속도가 붙었다. 이전까지 따로 연습해오던 장면과 장면을 연결해 연습하기 시작했고, 밤을 새우는 날도 잦아졌다. 그리고 공연 전날, 쉴새없이 달려온 그들이 리허설을 앞두고 있다. 무대 앞은 곧 맞이할 관객들의 자리로 비어있지만, 무대와 의상 그리고 배우와 스탭들의 마음도 실전과 다름없다. 빛나는 조명 아래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이 살아있다. 사소한 실수에 당황할 법도 한데 그들은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매듭을 지어나간다. 두 시간 남짓 계속된 리허설은 그렇게 숨가쁘게 지나갔다.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까지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다.

극예술연구회의 동아리 방 앞에 누군가가 붙여놓은 쪽지에 쓰인 글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느낀 그대로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이 작은 소망은 이번 공연을 통해 결국 이뤄졌다. 관객들은 그들과 함께 호흡했으며, 박수와 환호로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해줬다. 극예술연구회의 93회 공연은 이제 막을 내렸지만 그들은 곧 또 다른 막을 올리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설 것이다. 진솔한 마음과 열정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그들이 있는 한, 그들의 공연 기간은 사흘이 아닌, ‘언제나’이다.

양소은 기자  nacl10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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