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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화를 만나다>"설치미술은 만인과 함께"
  • 최욱 기자
  • 승인 2004.11.29 00:00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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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갖고 놀다가 버린 장난감과 일상품들을 이용해 예술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그는 미술관을 아이들에게 개방해놓고 쓰레기를 하나씩 가져와서 버리라고 말했다. 그 후 쌓인 쓰레기 더미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내면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방식은 설치미술가 최정화씨에 의해 ‘해피해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도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미술의 개념을 뛰어넘는 작가, 최정화씨를 만나봤다.

예술 속에 스며든 비판의식

그는 “미술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어떤 소재든 쓰일 수 있는 장르”라며, “형식의 제약이 상상력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유를 간직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일상과 맞닿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종로타워 뒤에 위치한 탑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대표적인 작품이며, 이 외에도 요코하마, 리옹 등 세계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에 갇힌 채, 특정 계층을 위한 전시를 여는 것보다 야외에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일이 더 가치 있다”는 말은 이제껏 그가 도시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온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건물로 가득찬 답답한 도시의 경관을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그가 예술을 하는 ‘목적’이다. 그는 유독 꽃과 관련된 작품이 많은 이유에 대해 “도시에 거대한 꽃꽂이를 해보고 싶었다”는 답변으로 재치있게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렇게 그는 도시에서 느낀 염증을 예술로 조금씩 치유해 나가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엔 ‘최정화’라는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작가의 이름은 작품 감상시 중요하지 않다”며, “작품을 접하는 그 순간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그가 기존의 ‘어려운 예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용어’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는 “나를 설치미술가라고 부르는데, 나는 ‘설치는’ 미술가일 뿐”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정한 유형의 그림만을 재생산해내는 구조’를 지적하며, “모두가 입시학원에서 비슷한 그림을 그리도록 교육받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렇게 한국 미술계의 맹점을 비판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 누구보다 ‘진짜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임이 느껴졌다.

꽃으로 소통하는 예술가

인터뷰가 한창 진행될 무렵, 그는 “작품을 직접 보면서 얘기를 계속하자”고 말을 건넸다. 그의 작업실에서 5분 남짓 걸어가 『어! 金宗學 崔正化좭전이 열리고 있는 가람화랑으로 들어섰다. 전시장에는 김종학 화가의 노련한 솜씨가 묻어나는 회화들이 벽에 걸려 있었고, 바닥 곳곳에는 최씨의 거대한 꽃 조형물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인공 꽃은 작가의 손길과 관객들의 시선에 의해 이미 하나의 생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고상하고 품위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예술이 아닌, 대중들과 직접 소통 가능한 예술을 꿈꾸는 작가, 최정화. 도시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부터 지금 그가 진행하고 있는 전시회까지, 그의 작품은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채색된 채 만인을 위한 예술로 나아가고 있다.

최욱 기자  weezer5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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