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특집
<보도기획>교수평의회, 명목적 존재를 넘어 실재로
지난 1988년 대학행정의 민주화와 대학운영의 자율화에 대한 요구 증대를 계기로 출범한 교수평의회(아래 교평). 교평회칙에 따르면 교평은 “대학 운영에 대한 교수들의 참여를 통해 연세대학교의 이념인 진리를 탐구하고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학교의 발전과 학풍의 진작을 꾀하기 위한” 교수들의 대의기구다. 하지만 지난 10여년에 걸친 교평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교평은 전체 교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의기구와 이사회와 본부를 견제·비판하는 균형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예로 지난 1999년 2백54명의 교수들이 광역학부제와 ‘두뇌한국21사업’ 등의 일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교평은 이를 수렴해 본부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오히려 이 문제 제기를 “학내 구성원 간에 혼란과 반목을 조장하는 움직임”이라 비난했다. 최종철 교수(문과대·영국희곡)는 “당시 교평 집행부는 대의기구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본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어용화된 모습을 보였다”며, 교평의 비민주적인 파행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2000년 교평의 최대 권한이자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 선출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많은 교수들이 직선제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평 집행부가 이를 간선제로 왜곡하자 상경대 교수회의는 교평의장 및 평의원들을 소환했고 그 뒤로 문과·상경대 등은 한동안 평의원을 선출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교평은 대의기구와 균형기구로서의 역할 가운데 어느 편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행보를 걸어온 교평은 최근 교수권익 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교평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임무’라는 견해와 ‘교평의 이익집단화 아니냐’는 우려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11대 교평의장단은 교수복지 증진을 3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바 있으며 12대 교평의장단은 지난 7월 15대 총장단과의 상견례에서 교수복리 증진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교평 섭외간사 김종철 교수(법과대·헌법)는 “교수권익도 학교행정에 포함되는 만큼 우수교원 확보 등의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해 교평이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평이 이사회와 본부를 견제·비판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수권익 증진을 앞세우는 것은 교평의 창립 배경과 목적에서 나타난 본연의 정체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윤세준 교수(경영대·인사/조직행동)는 “교평은 학교행정의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임무가 있는 만큼 교수의 권익보호는 별도의 조직에서 다루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평의원의 무관심과 참여 저조, 특정 단과대에 치중된 평의원 구성 등 교평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점 또한 지적되고 있다. 총회의 안건은 위임을 포함한 과반수의 출석과 재석 평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위임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체 교수의 총의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교수는 “교평의 규모가 전체 교수의 1/10에 이를 정도로 평의원의 수가 많은 졈을 참여율 저조의 원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평의원의 참여 저조는 대의기구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며 교평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약화시킨다”는 윤교수의 말은 평의원의 참여 저조가 또다시 평의원의 무관심을 야기하는 등 악순환을 반복케 하는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편, 각 단과대에서 선출하는 평의원의 수는 단과대의 전임교수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 12대 교평은 본교와 교육, 인사, 행정, 재정 등이 등이 분리돼 있는 의·칟간호대의 평의원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모든 학문 영역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교평의 구성에서 다양성을 해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 단과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지난 2월 학칙 개정을 통해 공식기구로 인정받은 교평은 전파천문대 문제와 총장선출을 원만히 해결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평이 교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1백점 만점에 6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김현철 교수(문과대·중국어법)의 말처럼 교평이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에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윤교수는 “교평은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지 감시·비판하고 의견을 제안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며 본연의 정신회복을 강조했다.
“12대 교평은 재단개혁과 총장선출제도 마련 등 본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 교평 섭외간사 김교수. 앞으로 교평이 지난 날의 파행적 행보를 청산하고 내부적 문제들을 극복해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의 발현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춘추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