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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손으로 만드는 '다른 세상'제8회 국제노동영화제로 본 남미의 변화

지구 반대편의 남미. 이름뿐인 민주주의, 부패한 민주주의. 그리고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시키는 전세계 공용의 신자유주의 논리. 이것은 체 게바라와 볼리바르의 벽화가 서 있는 삭막한 길거리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걱정스러울 정도로 넓디넓은 수영장에서 홀로 헤엄치는 아이라는, 극명하게 대조적인 영상으로 표현된다.

1990년대 남미는 고질적 부패와 비효율적 경제 구조로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대규모 실직 사태와 생활수준 저하를 겪었다. 이런 바탕에서 민중의 각성과 함께 새로운 변화 요구가 혁명, 좌파 정권 출현 등으로 나타나 남미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세상’에 대한 시도와 노력이 바로 지금 현실에서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그 자체로 다른 세상의 시작을 나타낸다. 이번 8회 서울국제영화제 중에서 ‘혁명은 진행 중: 라틴아메리카’라는 주제로 상영된 작품들은 이와 같은 남미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볼리바리안 혁명: 베네수엘라 민중의 삶과 투쟁’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련의 혁명과 변화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민중운동의 기폭제가 된 1989년의 카라카스 봉기부터 차베스가 등장한 1992년의 쿠데타, 2002년의 차베스 정부 전복기도 쿠데타 등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함께 온몸을 던져 혁명을 만들어가는 민중의 표정과 목소리를 그려냈다.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린 정말 이 투쟁의 과정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노인, 흙먼지가 자욱한 어느 시골 공터에서 가난에 찌든 채 환희와 분노를 뒤섞어 “볼리바리안 혁명이여 영원하라”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영화는 이렇게 베네수엘라 민중의 여러 표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 “차베스는 악마”라고 외치는 기득권 세력의 모습을 병치시키기도 한다. 이를 통해 민중들의 삶을 억압하는 자본주의 세계화에 맞서 자발적 공동체 조직이 끊임없이 사회 변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즉 ‘혁명 속의 혁명’을 조명하는 것이다.

혁명이라는 하나의 집적된 사건으로 불거지지 않는 경우에도 민중의 자발적 투쟁과 조직은 남미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여성전사들’과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이 두 편의 영화는 지속적 경제위기 속에 성장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민중의 자발적 움직임을 담아내고 있다. ‘여성전사들’은 계급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이중의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투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곱 명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이들은 가정의 폭력과 제도적 폭력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사회적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한편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는 자본가들이 임금을 체불한 채 떠나버린 공장을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점거하고, 경기회복을 틈타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본가와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인식·경험하는 과정을 그린다.

남미의 사회 변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생존과 개혁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목소리는 그들의 운명과,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점철된 세계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혁명’을 담은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남미의 변화를 만나게 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국가와 계급, 부, 권력, 세계화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박어영  02poe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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