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저항의 이유

숨죽였던 공무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이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변화와 개혁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임하라’며 들어올린 총파업의 깃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 전국 77개지부 4만5천여명 조합원의 참여속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정부는 주동자는 물론 파업에 단순가담한 공무원들까지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고, 정부의 강경대응에 지난 17일 파업은 중단됐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재파업 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부와 공무원노조간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아래 노조법)에 있다. 행정자치부 정아무개 사무관은 “단체행동권만 없다 뿐이지 노조활동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법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노조법이 노조가입에 제한을 두고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방해하는 등 근본적으로는 공무원노조를 와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노조법에서는 6급이하 공무원들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면서도 단서조항에 6급 공무원인 지휘감독권한 공무원, 인사·재무관계공무원 등의 노조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정용해 대변인은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고위 공직자의 비리 등에 대한 양심선언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고 말한다.

단체교섭권 또한 노조의 협약 내용이 예산법령이나 조례에는 효력을 미칠 수 없게 돼 있고, 심지어 기관운영이나 정책결정·인사과정에의 의견 반영은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공직사회의 부당한 운영방침에 대해 공무원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할 실질적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또한 단체행동권의 경우 공무원들이 공적신분을 망각한 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으나, ‘권리가 있다는 것만 인정하면 그 내용과 수준을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입장은 왜곡된 채 현재 파업은 ‘공복들의 이기심 발로’로 그려지고 있다. 정사무관은 “공무원들이 파업하면 민원서비스가 마비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부 측 보도자료를 인용한 대다수의 언론들 역시 “공무원들의 파업은 권리만능에 기인한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이때문에 정작 공무원노조가 말하는 파업의 이유는 듣기 힘들다. 정대변인은 “현재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가 노동3권의 보장을 통해 그 위치를 확고히 해야만 정권의 무조건적인 명령에 저항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공무원사회는 고위관료의 부적절한 정책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 선거에 출마하는 기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들러리가 되는 일 등이 다반사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세력을 확보하면 이익집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대변인은 “비리에 저항할 힘이 없는 노조야말로 권력에 복종하고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공직사회의 또다른 이익집단이 될 뿐”이라며,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개혁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에 근거해 그들에게도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소위 ‘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공무원들의 파업은 ‘생계형 파업’이 아닌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다. 이처럼 평생 신분보장이라는 ‘당근’을 가진 공무원들의 노조활동이 현재의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는 데는 쉽지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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