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낮 3시 상남경영관 파인룸에서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주최 ‘역사 속에 있는 한국, 한국인의 생명’을 기치로 하는 학술 심포지엄의 첫 순서로 1회 학술 심포지엄 ‘한국과 일본의 관계 속에 있는 한국, 한국인의 생명’이 열렸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약 50여명의 참석자들로 인해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 한·일 과거사 분쟁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개화 후 근대개혁론의 동향과 일본인식’이라는 주제로 첫 강연을 맡은 김도형 교수(문과대·한국근대사)는 개화기 일본에 대한 인식을 크게 척사론자, 정부, 문명 개화론자, 개신유학자로 나눠 설명했다. 이 중 개신유학자들은 서양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이고 신교의 자유도 허용하되, 우리 민족의 장점인 역사적 전통과 유학의 바람직한 면은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구·신 문화를 조화하려는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고 김교수는 평가했다.
두 번째 강연은 ‘한·일 과거사: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갗를 주제로 한 김상준 교수(사회대·일본정치)의 발표로 진행됐다. 김상준 교수는 ‘일본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갗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김상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와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일본인의 과거에 대한 인식이 재현되는 공간으로 꼽았다. 야스쿠니 신사는 소멸된 자에 대한 의식의 장소로, 이 곳에서는 어떤 죽음이든지 그 자체는 승화되고, 그 자체의 신성함으로 어떤 비판도 거부된다. 또한 일본인들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만들어 이 곳이 세계 평화의 메카임과 동시에 일본이 전쟁 피해자임을 주장한다. 김상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의 일본을 되살리며 국가중심의 사회를 주장하고, 히로시마 평화공원은 현대의 일본으로서 개인중심의 사회를 지향한다”고 이 두 곳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를 설명한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미명하에 전범을 영웅화시키는 근대 일본의 모습과 전쟁을 주도했던 역사를 외면하고 평화를 외치는 현대 일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김상준 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신념은 자기기만을 바탕으로 한 옳음과 그름의 판단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3번째 강연에서 ‘재일 한국인의 인권과 선교’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정민 교수(신과대·교회사)는 ‘한국인의 생명’을 ‘사회적 생명’인 인권과 결부시키며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린돼 온 재일교포들의 권익을 솔선해 보호하고, 가해자로서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후 토론시간이 이어졌다. 김도형 교수는 “우리는 개화기에 일본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했는갚에 대한 질문에 “당시 시대적 과제였던 근대적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우리는 민족성과 저항성을 모두 갖추고 일본을 바라봐야 했다”고 답했다.
우리 민족은 일본 총리의 발언부터 한·일 축구경기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얽힌 일에는 유독 민감하다. 이는 일제 치하 식민지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금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과거사 분쟁이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남아 있다. 이번 강연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의 기억도 되짚어 봄으로써 한·일 과거사에 대한 좀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