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W.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미국 대선이 갖는 의미는 테러리즘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부시의 정책적 표현방식에 대해 미국인이 국내정치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9.11 사태 이후 더욱 격렬해진 미국인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이번 선거로 확인됐고 이는 앞으로 세계가 점점 친미와 반미의 분열구도로, 더 나아가 문명권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가 참으로 근심스럽기도 하다. 한반도 위에 그려질 정치적 기상도의 앞날에 대해 근심이 앞선다.
선제공격론이 부시독트린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북핵문제의 고착상태는 여러 가지 우려를 낳는다. 모든 메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북한을 다루겠다는 미국의 강압적 태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낙관보다는 비관 쪽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재의 고착상태가 풀리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대북 제재를 위한 수순들이 진행될 것이다. 미국의 오만과 북한의 오기가 다시 충돌하는 형국은 결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도 마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 형편은 결코 아니다. 북핵의 해법구도에 가장 큰 위협은 시간이다. 현재의 상황이 지연되면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통해 교환해야 하는 보상물과 그에 따른 비용의 단위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6자회담이 하루 빨리 재개돼야 한다. 회담장으로 들어오도록 미국와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과제다. 북한 핵문제를 대화와 평화적 수단으로 풀기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세계와 관련국들에게 표명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북-미 양국간 타협할 수 있는 의제를 빨리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안정적 구도를 결정하는 시금석과 같다. 북한도 현 상황의 위급함을 인식하고 회담장으로 나와야 한다. 핵보유나 핵보유를 가정한 협상전략이 결코 체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미국이 군사적 대립을 상정하고 있는 현재의 배타적 동맹체제만을 고집할 때 동북아의 미래는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상을 비롯해 지역적 안보질서에 대안 모색을 강구해야 하는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북핵 해법과 6자회담은 그것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중국과 일본도 보다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동북아 협력질서를 모색해야 한다. 그것을 주문해야 하는 임무도 한국에게 주어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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