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답답하고 지루했던 고3시절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가 필요했다. 그 구멍은 바로 ‘마술’이었다. 물론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고3 시절에 공부는 안하고 마술을 시작한다는 게 부모님께 좋아 보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공부와 병행할 수 있다고 부모님을 설득했고, 언제나 그랬듯이 부모님은 다시 나를 믿어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으로 마술공연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학교축제였다. 처음엔 엄청나게 긴장해서 할까 말까 갈등을 했었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첫 공연을 마치게 됐다. 첫 공연에서 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줌으로써 친구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내가 마술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마술의 매력을 하나 더 꼽으라면, 사람들에게 경이와 즐거움을 함께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싶다. 마술은 항상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술 공연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과 재미를 얻어 간다고들 말한다.
나는 수능 이후에도 꾸준히 마술을 연습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에 입학한 후로 아무리 찾아봐도 그 흔한 마술동아리가 하나 없어서 실망했다. 대학 첫 여름방학, 그 소중한 시간을 마술에 투자했다. 나와 마음이 잘 맞는 학원에 가서 마술을 배웠다. 그리고 그 회사 실장님에게 우리대학교에 마술동아리를 만들겠다는 내 포부를 밝히자 실장님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셨다.
그리하여 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후원사 덕분에 우리 대학교에 마술동아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동아리 이름을 우리들의 마술에 대한 정의로 정했다. 그 정의는 NTIZ(Not Trick, but It's Zeal.)로 요약됐다. 마술은 트릭이 아닌 열정과 노력이라는 뜻의 문장이다. 보통 마술을 남 앞에서 보여주려면 마술사는 그 마술을 거울을 보고 수도 없이 반복해서 연습한다. 그리고 조금 더 고급 마술을 배우기 위해서 프로마술사의 공연을 수없이 반복해서 본다. 초급 마술은 트릭이 개방적이지만, 고급마술로 올라갈수록 트릭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시작한 마술이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술이 내 인생에 들어와 주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돼버렸을지도 모른다. 겨울 방학에도 동아리회원들과 꾸준히 연습해서 내년엔 대회에도 나갈 생각이다. 아마 인생 끝까지 마술은 나와 같이 마라톤을 뛰어줄 것이다.

 /유석원(공학계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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