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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문화를 만나다>귓가에 퍼지는 ‘못’의 물결
  • 양소은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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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집에서 서로 맡은 부분을 녹음하고, 메신저를 통해 작업한 것을 주고 받으면서 곡을 완성한다”며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못’. 이렇게 음악을 만드는 남다른 방식만큼이나 그들의 이력 역시 색다르다. 보컬 이언씨는 지난 2001년 우리대학교 전파공학과를 졸업했고, 기타 Z.EE씨는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음악과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대생’들이 선사하는 음악, ‘못’은 그들 음악의 독특함만큼이나 묘한 매력을 전달하는 중이다.
‘못’의 데뷔 앨범 『비선형』은 타이틀곡 「Cold blood」부터 히든트랙 「Mixolydian weather」까지 일렉트릭 사운드와 서정적 가사의 완벽한 조화가 돋보인다. 이 곡들을 단 두 명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1998년까지 혼자 활동을 하던 이언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걸어 Z.EE씨를 만났다.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너무 닮아 신기할 정도”였다는 그들은 서로가 가진 커다란 음악적 교집합에 각자의 여집합을 더해가며 ‘못’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학을 전공하다 음악의 길을 걷게 된 그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취미삼아 곡을 썼다는 이언씨. “어느 날, 밴드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곡을 듣고 음악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된다고 느꼈다”며 음악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말했다. 프로그래머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Z.EE씨 역시 “일과 음악, 두 가지를 동시에 잡고 싶었지만 결국 하나를 택했고, 그것이 음악이었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정서적 자기장’을 음악으로 표현한다”고 말하는 ‘못’은 순간의 감흥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재생해 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은 괴로운 시간들이지만, 그 ‘정서적 자기장’의 포착이 ‘못’음악의 원천이라고 그들은 설명했다. 그렇게 그들의 내면을 이끈‘자기장’은 보이지는 않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못’은 지난 10월에 개봉한 영화 『썸』의 음악을 맡기도 했다. 그들은 영화 음악의 주인공은 음악이 아니라 영상이라며, “영화를 돋보이게 하고, 영화속에 음악을 녹이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또 “앨범과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밴드 이름의 의미를 묻자 인상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아름답게 출렁이는 물과 같은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다. 바다처럼 창대하지 않고, 강처럼 생동하지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못(연못)’이 우리 음악을 잘 설명해 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는 이들의 말처럼 ‘못’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시도로 그들의 ‘못’을 맑고 깊게 지켜나갈 것만 같다. 비 오는 저녁, ‘못’의 조용한 찰랑거림은 그렇게 그날의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양소은 기자  nacl10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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