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꿈1-나무의 꿈

 

정 현 종 (1939~ )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는 언제나 당당하고 품위 있고 개성이 있다. 곧거나 굽거나 어리거나 늙었거나 간에. 사철 푸르거나 미련 없이 잎을 다 떨어뜨리는 천성이거나 간에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온몸으로 햇빛과 비를 포옹하면서 뜨겁게 꿈꾸고, 온몸으로 자연의 숨결을 느껴야 한다. 아니, 온몸이 열정과 느낌 그 자체가 돼야 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한없이 부드럽고 과묵한 바람의 교훈이다.

        /고정식 (교무처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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