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아닌 대학생들의 축제로 열어라. 화려함만이 아닌 뜨거운 가슴이 있는 축제로 이끌어라.”

 

지난 2003년 27회 대학가요제 인터넷 게시판의 글이다. 처음으로 서울대에서 열린다는 사실과, 화려한 초대가수로 인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27회 대학가요제. 한 시청자의 진심어린 충고는 현재 대학가요제가 당면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27회 대학가요제에서 대학생 참가자는 총 13팀, 초대가수는 15팀이었다. 이에 따라 자연히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초대가수의 공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관객 역시 대학생 참가자보다는 초대가수의 등장에 환호했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대학가요제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세경양(인문계열·1)은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대학가요제가 나오면 궁금함에 보게 되지만 막상 그 음악은 대중가요와 별 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지금의 대학가요제가 대학생에게 어떤 감흥도 전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초기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들의 음악적 도전과 그 신선함으로 주목받음과 동시에 많은 뮤지션을 낳았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학가요제는 ‘가수가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으며 아울러 대학생들의 문화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신현준씨는 “대학가요가 ‘대학생다운 감성을 담은 가요’라고 한다면 이는 이미 사라졌다”며, “최근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취향이 아닌, 대중문화적 취향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학가요제의 퇴색된 의미로 인해 대학가요제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철환 교수는 대학가요제가 ‘방송’임을 강조하며 “순수하게 대학생들만 참여한다면 방송으로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에 초대가수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학가요제 내부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진행중이다. ‘2004 28회 대학가요제’ 담당 프로듀서 김구산씨는 “시청률과 대학가요제의 의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둘 사이의 균형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는 음악을 전공한 참가자가 많아져 예년보다 수준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대학가요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1년 25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우리대학교 락그룹 ‘소나기’의 보컬 김희영양(정외·휴학)은 “프로만이 살아남는 현실에서 순수한 아마추어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대학가요제가 존속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과거의 모습에 빗대 오늘날의 대학가요제를 규정지어선 안되며, 지금 대학생의 목소리를 전하는 대학가요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04 대학가요제’는 오는 13일(토) 경희대학교에서 열린다. 이번 대학가요제가 오늘날 대학가요제에 쏟아지는 비난과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을런지는 시청자로서, 대학생으로서 우리가 판단해야 할 문제다.

 

        /양소은 기자 nacl10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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