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는 적극 해결을 주장하는 북한인권단체들과 이 사안의 정치적 이용을 반대하는 진보진영 간의 입장차가 명확한 사안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논쟁거리가 돼 왔다. 여기에 최근 기획탈북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얼마 전 발효된 북한 인권법(아래 인권법)과 중국의 대규모 탈북자 연행 등으로 이 문제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북한인권단체들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이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관계 개선만을 지나치게 의식해 탈북자 및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권을 유린하는 비도덕적 북한 정권은 붕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권법 통과로 더 많은 탈북자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윤태 정책실장은 “이로 인해 북한과 제3국들의 압박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지만,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탈북자의 입국을 지원함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의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시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끄는 기획탈북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탈북자 문제가 알려짐으로써 신변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는 김실장의 말처럼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이에 비해 남북 공조를 통한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진영 단체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북한인권운동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박정은 간사는 “북한의 인권 탄압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 및 탈북자들이 경유하는 제3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가시적인 탈북자 지원보다는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권법은 결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할 수 없으며,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 카드로 ‘인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언론을 이용한 기획탈북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법에 불과하며, 현실적으로 제3국 현지 정착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는데 인권단체들은 정치적 입지를 위해 탈북자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리멸렬한 논쟁의 뒤에는 ‘인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치적 대결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탈북자의 인권을 위한다고 말하는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 정권 붕괴라는 정치적 목적 아래 탈북자 문제를 명분과 실적 정도로 생각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수의 탈북자만 이익을 얻을 뿐,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을 우려한 제3국 정부의 강경화로 탈북자들의 처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인권’에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그들은 일부 탈북자들의 생존권만을 인권이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한편 진보진영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라는 정치적 이상 때문에 당면한 탈북자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 한계 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정부에 대한 물밑외교로 4백여명의 탈북자를 한번에 입국시켰다”고 박간사는 말하지만 그 외의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는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인권이 정치의 도구이자 외교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의 말처럼 북한인권문제가 이념적·정치적 도구화돼는 현실 속에서 탈북자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한 탈북자는 “남북 관계를 적절히 고려하면서 진정한 ‘인권’의 차원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의 길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박어영 기자 02poe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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