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성매매 문제. 이 문제의 해법은? 우리사회에서 성적 욕망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가?’

 

「연세춘추」에서는 지난 4일 저녁 7시 연세춘추 사무국 회의실에서 성매매와 성의식 문제에 대한 다양한 연세인의 생각을 듣고자 좌담회를 열였습니다. 이에 여성주의적 입장을 가진 남녀학생으로 학외 여성주의모임 ‘she’s’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지숙양(법학·4)과 이과대 여성주체 이준영군(천문·2)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사회비평 동아리 ‘자유교양’의 곽영신군(법학·3)과 일반 남녀학생으로 남주영양(주거환경·3), 이주형군 (경영·2)도 참여해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솔직한 경험담과 과감한 표현으로 유난히도 오프더레코드가 많았던 좌담회.

‘성’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분위기를 돋운 좌담회는 참석자들이 모두 모이면서 성매매 특별법(아래 특별법)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사회: 특별법 시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곽영진(아래 곽): 졸속이지만 성매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남주원(아래 남): 취지와 명분은 확실하지만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시행돼 시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예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주형(아래 이주): 시행된 시점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기반이 잘 갖춰진 상황이었더라도 이를 반박하는 세련된 이유가 등장했을거다.

이준영(아래 이준): 오히려 지금에서야 법이 만들어진 것에 늦은 감이 있다. 문제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데 있다.

곽: 그저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이번 특별법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나눠 비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가해지는 착취 구조를 타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구분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곽: 단어가 주는 어감이 이상해서 그렇지 강제에 의한 성매매와 자신의 직업으로 자율적으로 선택한 성매매는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지숙(아래 한): 그런데 그렇게 구분하는 것은 강간이나 납치 등 외부적 힘에 의해 시작된 성매매만을 처벌하려는 목적으로, 모든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준: 성매매 여성의 시각이 아닌 최소한의 규제를 위한 법치주의적 시각에 의해 마련된 이번 특별법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회: 법적·제도적으로 성매매 산업의 착취 구조를 타파한 후에는 성매매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고,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준: 금전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는 태생적으로 권력관계의 차이가 내재돼 있다. 이처럼 권력관계가 내재된 성매매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앞의 말에 동의한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사기는 직업이 아닌데도 사기꾼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 현실적으로 성매매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과연 성매매를 없앨 수 있는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곽: 문제는 성매매는 여성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해줄 말이 없다는 거다. 지금의 성매매는 개인의 결정에 의한게 아니라 권력구조가 만들어놓은 방향대로 짜여져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인식시켜야 된다.

한: 근본적인 여성 노동권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노동시장이 열려있지 않아 이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성매매를 부추긴다.

곽: 일반 노동이 법적 규정을 통해 억압구조를 개선했듯이, 성매매도 ‘성을 팔았으니 돈을 받을 권리가 있고 자신이 판 만큼의 것 이상을 요구받아서는 안된다’는 권리 규정이 명문화돼야 한다.


사회: 지금 성매매에 대한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는데, 그렇다면 성매매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한: 어떤 대가를 목적으로 한 계약은 필연적으로 권력관계를 수반한다. 이처럼 성을 매개로 한 명확한 권력관계가 존재하면 성매매다.

남: 룸살롱이나 호스트빠에서 행해지는 성적 거래들까지 모두 다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모든 성의 상품화를 성매매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노 등은 성매매에 포함될 수 없는 것 같다.

곽: 법은 최소한의 규정을 하니까, 사창가 형태나 돈주고 몸을 파는 정도까지를 성매매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성매매 논란의 이면에는 성적 욕구 표출의 기회가 사라지는데 대한 남성들의 반발이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준: 성욕을 해소시키는 방법으로 여성의 몸을 통한 사정만을 말하는데, 이건 모호하다. 그런것만 사정이라면 남성의 자위가 성욕을 해소시킨다는 통상적 견해도 모순이 된다. 남성의 성욕이 무엇인지 정의내려야 한다.

곽: 남성의 욕구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희생양으로서의 여성이 손쉬운 상대라는 점, 즉 성매매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배관계나 권력관계를 무시한 채 생리적 현상이니까 이해해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

한: ‘나 지금 흥분했으니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언제나 즉각적으로 발산·해결돼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그랬다면 근친상간이 무수히 일어났을거다. 성매매를 표출구로 보는 것은 사회적 악습이다.


사회: 욕구는 있으나 통제할 수 있다는 건지.

곽: 그런 논의들은 ‘생리적 현상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관념이 깔려 나오는건데 말이 안된다. 성이 생리적 의미만을 갖는가? 아니다. 발정기가 왜 인간에게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남: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 성욕은 없다고 본다. 여성의 생리와 남성의 성욕을 같은 선상에서 본다거나 생물학적 이유를 갖다붙이는 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것이다.

곽: 욕구자체가 있다는 걸로 정당화하는 것이 문제다. 배변욕과 성욕은 다르다. 또, 성은 사야만 하는 욕구가 아니다. 자위로도 성적 욕구는 해소될 수 있지 않는가? 성매매를 하고 싶은데 정당


성이 없으니까 ‘배변참는 거 안되는 것처럼 생리적 현상으로 이해해달라’고 하려는 거다.

이준: 욕망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 자체에 이미 그 사람들 밑바탕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자기의 자위 도구로 생각한다는 게 깔려있는 거다. 

사회: 논의를 대학사회로 확대시켜보자. 일상적 대화에서 성적 경험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듯, 남성들의 과시적 성문화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

이주: 정말 남자들끼리 모이면 대화가 다 그렇게 간다. 술을 먹든 뭘하든,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런 얘기가 나오고 다들 경험이 있다고들 한다.

한: 성매매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계약 관계인데 왜 문제되냐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곽: 언제 느끼냐고 물으면 ‘많은 때 느낍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XXX할 때만큼만 열심히 해봐’등 성적인 표현들은 일상적 대화 곳곳에 녹아 있다.


사회: 왜 이런 성담론이 나타난다고 보는지.

한: 여성이 처녀성에 대한 공포를 가졌듯이 남성은 남성다움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다. ‘첫날밤에 잘못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며, 이를 항상 확인하려 한다.

이준: 남성들에게 성적 욕구 표출은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성적 욕구가 도구화되서 여기서 권력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성적인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집단의 헤게모니를 잡고, 여기에 반감을 표시하면 도태되는 시스템이다. 암울하다.


사회: 그럼 여기 계신 두 여자 패널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남성들이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얼마나 느끼는지.

남: 많이 느낀다.

한: 모든 여성들이 느끼고 있다.


사회: 이런 성적 대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 그런 사람은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인식을 고쳐놔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저 사람이 저 방면으로 미성숙하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곽: 남녀 모두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이고, 단지 생각만으로 대상화 하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 아니다. 대상화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곽: 하지만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저 사람 돈 많아 보이네’라고 생각하듯이, 물욕이나 성욕같은 자기 욕망에 의해서 상대를 마음속으로 평가할 수 있는건데, 이런 마음속 대상화까지 뭐라고 하기는 힘든 것 같다.

한: 권력관계의 본질과 경향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대상화 전반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화가 얼마나 억압적으로 작용하는가 말이다. 남성에게 그 억압이 10이라면 여성에게는 1천이 될 것이다.


사회: 지금까지는 사회와 대학에서의 남성의 성적 욕망만을 말했는데, 남성과 여성의 성욕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이준: 19세기에는 남성의 성욕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데, 내 생각엔 사회적으로 교육된 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차이는 없다고 본다. 

곽: 여성의 성적 욕망이라는 것은 여성이기에 받는 특수한 사회 조건에 의해 구성된 것이지, 단지 여성이라서 남성과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 마찬가지 의견이다. 남성이라서 그런 성문화를 가진다기보다 개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도 그런 얘기하는 사람 많다.

한: 차이가 없다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여성의 성을 탐구할 기회를 빼앗아버린다. 여성의 성욕은 연구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는 남성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것이기에 나도 내 성욕을 잘 모르겠다.


사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같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 낸 것은 역시 이번 특별법이 큰 계기가 됐다. 각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곽: 성매매 자체에 대한 당위적 논의와 정책적으로 표현되는 현실적 논의는 달라야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이 진정으로 보호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준: 결국 누구의 시각에서 성매매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인식이 변해야 하고 성매매 여성의 시각에 맞춰야 한다.

한: 이 법의 시행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고 법이 채우지 못한 공백을 채워나가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무엇보다 여성 노동권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남: 특별법 시행이 생산적 논의보다는 대립적 구도로만 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단속에 치중하고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원래의 취지를 짚어봐야 한다.

이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안에 내재된 남성적 시각이 계속해서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법 제정과 시행, 반응에 내재된 남성적 시각을 걷어내도록 애써야 한다.


특별법에서 시작해 대학사회의 성담론에 이르기까지, 세시간에 걸쳐 오간 이야기들은 상당히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대학사회에 남아있는 마초문화나, 좌담 내용과 다른 수많은 의견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대학사회의 성에 대한 의식을 재고해보는 시간이 됐음을 믿으며, 좌담회는 끝이 났다.     

        /정리 장수진 기자 heresj@yonsei.ac.kr

        /사진 이성은 기자 seloving@yonsei.ac.kr

        이종찬 기자 ssuc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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