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로부터 이 글을 청탁받았을 때, 1년 동안 총학생회(아래 총학)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한계들을 솔직하게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난 기간을 곰곰이 돌아봤더니, 힘들었던 기억과 가슴 훈훈했던 기억들이 서로 엉키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가 바로 5월에 있었던 협약서 체결 직후였다.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결정된 사항이 많은 연세인의 비판을 받으면서, 모든 중운위원들이 괴로워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국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와 총투표 진행으로 이 문제는 정리돼 갔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바가 매우 많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수확은 바로 ‘연세인’의 의견이 학생회의 판단기준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번 실천 속에서 알게된 것이었다. 이후 학생회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총학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연세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였다. 학내자치활동은 원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연세인들이 어떤 사안이 자신의 이해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단적으로 5월 말의 총투표와 기타 여러 행사에서도 연세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두 가지가 이야기돼 왔다. 우선 경제난에 의한 취업의 어려움으로 학점, 진로문제가 중요시되는 대학의 객관적인 현실, 다음으로 연세인의 시급한 이해와 요구를 제 때 반영하고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학생회 활동가들의 주체적인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위와 같은 원인 분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아직 이러한 원인들을 극복하는 해결 방도를 정립하지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앞으로 학생회가 진정한 연세인의 대표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절대다수의 연세인이 참여하고 학생회의 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최근 연세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이 부쩍 늘어난 사실이 매우 눈에 띈다. 자치언론매체가 몇 개 생겼고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연세인 스스로 모임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모임이 생겨나고, 그 모임을 통한 다양한 활동은 연세인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바라보면서 학생사회에 생동하는 희망의 빛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를 보면 대중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통해 발전한 사회가 승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참여민주주의를 연세교정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연세인의 자발성과, 연세인의 진정한 대표체로서 거듭나려 하는 학생회의 노력이 결합한다면 학생회는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열정적인 대학생에게 무궁무진한 힘과 지혜가 있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불과 1주일 후면 2005년 학생회 선거가 시작된다. 새로운 학생회를 준비하는 이 때, 총학회장으로서 경험했던 많은 것을 연세인과 함께 공유하고 이것이 새 학생회를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배진우 (수학·휴학)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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