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특집
<여론기획>학생회와 연애의 기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걸 보니 완연한 가을이다. 쌀쌀한 가을날 백양로를 거닐며 행복해 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홀로 지내는 사람의 마음을 쓰리게 한다. 최근 학생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나만큼이나 연애에 무척이나 미숙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연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상처받고 있으며,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를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생회는 그들이 가장 사랑해야 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의사 전달만 하고 있다. 연애를 할 때 딱 질색인 상대는 좋아하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며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를 스토커라고 부른다.
총학생회(아래 총학)에서 하는 일을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총학에서 이를 언급할 때면 이상하게 불편함이 앞선다. 옳은 이야기이고, 당연한 이야기이며 공감 가는 이야기이지만, 학생들은 학생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학생회의 이야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호흡 조절과 강도 조절에 모두 실패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총학은 학생들을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는 조합 조직이 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생회가 자신들이 직접 처해 있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단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 총학은 학생들의 고민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문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총학이라는 단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 돼서는 곤란하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음에 비해 사람의 역량은 한정돼 있다. 현재 총학의 여러 정치적 활동들은 그 규모가 너무 크고 에너지 소모도 지나치다. 이는 총학이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다. 최근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 문제다. 하지만 총학을 통해 취업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의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고시와 공무원 시험, 해외 어학연수 등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에게 현재 총학이 내건 몇몇 슬로건은 단지 피곤한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수업 때는 무기력하지만 취업 설명회에서는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빛을 총학이 애써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회는 적을 상정하고 그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학생 운동의 방향을 설정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저항해야 할 적을 상실한 시대다. 무언가를 부순다고 해서 그것이 내 삶의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내 모습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생성해 내야 한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다양한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생성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학우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 사회와 연결된 고리 속에서 창조적인 대학 문화를 꽃피우는 학생회를 기대한다.

/박광철(사회·4)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춘추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