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이 진화한다. 판서가 수업의 중심이던 시절, 강의실 기자재라고는 마이크 등 음향기기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수업이 시청각 위주로 변하면서 빔프로젝터가 강의실마다 설치되고, 액정비젼·실물화상기 등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강의를 지원하는 기자재는 다양화·첨단화하는 반면, 관리나 유지·보수 등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오히려 강의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의 시작 전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이 연결되지 않아 수업 지연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휴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기자재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데는 전문 인력부재와 사용자들의 작동 미숙, 규격화되지 않은 기자재 사양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자재 관리가 원활하지 못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단과대 사무실에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수업 중 기자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의실에서 일차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곳은 해당 단과대 사무실이다. 그러나 해당 단과대 직원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외부 업체에 수리를 요청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업은 지장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정보통신처에서 직접 관리하는 종합관 강의실만 자체적으로 수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정보통신처 교육지원과 장재호 직원은 “정보통신처에는 기술을 가진 인력이 있어 대부분 수리가 가능하지만 단과대 사무실에는 그럴만한 인력이 없다”며, 전문 인력의 부족을 지적했다.


강의 지연이 반드시 기자재 고장에 의한 것은 아니다. 공과대 사무실 전계희 직원은 “아주 고장이 난 경우는 일주일에 3~4번뿐이고, 강의 지연은 사용 미숙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며, “이 때문에 많을 때는 하루에 3~4번씩 직접 강의실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사무실 조남흥 과장도 “설명서가 부착돼 있어도 일단 사무실로 올라오는 학생이 많다”며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조교 김시호씨(기독교윤리·박사1학기)는 “처음 조교 생활을 시작할 때 기자재 조작이 미숙해 당황한 적도 있었고, 학생들도 사용법을 몰라 이것저것 누르다가 고장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보여줬다. 이는 우리대학교에 시간 강사나 조교, 학생들을 위한 기자재 교육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탓도 있다. 학부대 사무실 권재경 직원은 “교육개발센터에서 개최하는 ‘강사 워크샵’과 ‘조교 워크샵’을 통해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으며,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의실마다 기자재의 사양이 다른 것도 효과적 기자재 사용 및 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양이 다르면 사용과 수리 방법이 달라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처 교육지원과 이영과장은 “한해에 들어오는 장비들끼리만 통일돼도 수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장직원도 “한 부서에서 기자재 도입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혀, 기자재 도입 체계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기자재 사양을 단계적으로 통일한 성균관대 대학교육개발센터 권성기 주임은 “사양이 동일하기 때문에 고장이 나도 바로 교체해서 수업을 진행한다”며, 규격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과대별 분산된 기자재 관리를 통합할 수 있는 부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자재에 고장이 났을 경우는 통합 부서에서 자체 해결해 외부업체에서 인력이 오가는 시간을 단축하고, 작동 미숙은 통합부서에서 각 단과대로 파견한 전문인력이 해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 부서가 갖춰진 성균관대 대학교육개발센터의 권주임은 “예전처럼 학부 행정실에서 외부업체에 연락하지 않고 통합부서 내에서 해결해 시간을 많이 줄였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통합 부서 설치 이전 단계로 ‘긴급119’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각 강의실에 인터폰을 설치하고, 이를 위한 상주 인력을 정보통신처에 두는 것으로 오는 2005년 1학기 강의실이 많은 종합관에 시범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전 강의실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긴급119’시스템이 종합관 강의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담인력 충원과 사용자를 위한 교육, 기자제 도입 체계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혜진 기자 hy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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