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학기부터 의료원 소아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학생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서류정리나 약품정리와 같은 간호업무를 보조할 때가 많다. 소아병동에 배치된 만큼 아이들을 만나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대부분 업무보조 일을 하다보니 아이들이나 보호자를 만나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얼마 전, 간호사가 외국인 노동자의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해서 병실에 가게 됐다. 아기 어머니가 집에 다녀 와야 하는데 신촌역까지 길을 몰라 아버지가 데려다 줘야해서 그 사이에 아기를 돌봐달라는 것이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외국인 노동자의 아이가 입원해 있었다. 큰 눈에 오똑한 코를 가진 예쁜 아기의 작은 손에는 주사바늘이 꽂혀있었다. 아버지는 서투른 말로 “지하철까지 금방 갔다 올게요”라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부모가 병실을 나가자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젖병을 물려주니 금세 울음을 그쳤다. 우유를 먹고 있는 아기를 보니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저절로 “맛있어? 배고팠어?”라는 말이 나왔다. 말소리를 듣고 옆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가 “조그만 것이 밤마다 앓는 기침을 하는데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그냥 보기엔 여느 예쁜 아기들과 똑같은데 몸이 많이 아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학생 자원봉사자에게 아기를 맡겨 불안한지 간호사가 왔다. “울리지도 않고 잘 돌보고 있네”라며 아기 이름은 아즈밤이고 아버지가 외국인 노동자로 수원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아즈밤은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기침과 감기를 오래 방치해둬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작은 아기가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얼마나 아팠을지를 생각하니 몹시 안스러웠다.

20분쯤 후 아즈밤의 아버지가 음료수 두 개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를 이방인, 불청객 정도로 생각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알게 됐다. 그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때론 웃고 아프고, 고마움도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병원을 찾아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었다. 아즈밤의 경우, 병원 진찰을 제때 받지 못해 금방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돼 병원으로 입원을 해야 했다. 외국인 노동자이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도 받지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병원이란 곳은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기 위한 곳으로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사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도움에 앞선 사랑과 보살핌, 관대한 베품이지 않을까? 지나가는 길에서 마주쳤을 때 ‘이방인’을 보는 듯한 찌푸린 얼굴이 아닌, ‘친구’를 만난 듯한 밝은 얼굴로 대하는 것이 관심과 사랑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영화(간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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