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꼭 새끼손가락을 걸어야만 그것이 약속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우리는 많은 약속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것은 어릴 적 그렇게 하던 약속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을 삶에 미치게 된다.

지난 1499호 기숙사 사생회 공약 이행여부를 취재하면서 약속에 대한 연세사회의 현실을 고민하게 됐다. 사생회의 공약이행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선거 당시 사생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자신을 믿고 뽑아달라던 회장단의 후보시절모습과 당선되고 1학기가 지난 후 사생회 공약 실천여부에 불만족한 학생들의 질타가 빗발치던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내 머릿속에 흑과 백처럼 대조됐다.

취재시 사생회의 선거 공약집을 체크해가며 실행 여부를 살폈지만, 그들의 대부분의 공약(公約)들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된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반드시 하겠다던 시험기간 내 기숙사 개방은 생활관 측과 의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채 결국 2학기에도 이뤄지지 않았고 수리·보완하겠다던 각 학사의 복사기 및 오락시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회장단은 “일이라는 게 그렇잖습니까”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비어버린 공약(空約)만큼이나 내 마음 역시 공허했다.

지난 9월 말쯤, 원주캠 학생식당 위생상태가 KBS에 보도됨에 따라 교내는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청결하고 안전한 밥을 책임지겠다던 ‘약속’을 져버린 것에 대해 학우들은 실망했고 학생식당측은 ‘약속불이행’에 따라 학우들의 원망을 사야만 했다.

이래저래 학생들이 받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연세인은 굳이 손가락을 걸지 않아도 약속 이행을 감시하는 1만2천의 눈을 의식했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벌써 내년 학생회 선거가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각 단과대학과 총학생회, 그리고 사생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등록과 함께 선거유세에 들어갈 것이다. 한 연세인으로서 이번에는 그들이 뭔가를 약속하기 전에 조금 더 긴장해주기를 요구하고 싶다.

/취재2부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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