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경국대전’이 제정된 이래 형성된 관습헌법 사항이라는 것이 주요논지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헌법개정을 통하지 않으면 수도이전은 불가능하게 됐다.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니 승복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불만이 있을 경우 잦은 헌법소원 사태를 맞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국가 중요정책에 관한 법률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쟁으로 폐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수도지정이 헌법적 사항인지도 의문이고, ‘대한민국 헌법’이 성문법으로 엄연히 존재하는데 불문헌법에 해당하는 관습헌법을 이유로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한 해석이라고 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절차 역시 국민대표성을 갖는 국회 추천인은 9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며, 경력은 모두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만으로 헌법이 제한하고 있다. 철저한 실무 법률가 중심의 사법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헌법해석의 보수성과 폐쇄성, 독점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를 개혁하지 못한 것은 법조계 내부로부터의 반발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경시한 정치권의 방기로 인하여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행정수도 논란에서 보듯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칟경제·사회적 쟁점은 문제의 본질을 향하기보다는 문제제기를 한 측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데에서 출발한다. 흑백논리의 재구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로 인한 분열현상은 세포분열 하듯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논쟁에 동원되는 많은 논리는 이러한 편파적 목적성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논리적 한계에 부딪치고, 사회적 갈등만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헌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헌재 판결을 번복할 수 없는 이상 정부와 여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정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대안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다 정교한 로드 맵이 필요하며, 세심하고 철저한 정책추진관리를 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임을 터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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