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벌 2004 개막작 '진실의 문'

카메라는 거짓 없이 우리 삶의 있는 그대로를 담아낸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고, 평소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사건들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큐멘터리’는 시나리오 없이, 연출 없이 오직 진실만이 건넬 수 있는 감동을 보여준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인디다큐페스티벌 2004(Seoul Independent DOcumentary Film&Video Festival)』는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페스티벌로, 국내외의 다큐멘터리를 재발굴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 ‘실험! 진보! 대화!’는 이번 행사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습을 뛰어넘는 실험정신, 영화의 사회참여, 작품을 통한 진정한 교감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은 이제 막 걸음을 뗐다.

이번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진실의 문」은 군복무 중 의문사한 김훈 중위와, 그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참혹한 현실을 담담하지만 고집스럽게 응시한 작품이다. 그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짓고 무마시키려는 국방부와 그에 대응하는 유가족, 사건을 지켜보는 다섯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이 작품의 기본적인 골격이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가는 차분하면서도 정교한 일련의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케 하고, 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한 개인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밝히기 위해 모인 법의학자들은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자살’이라 입을 모아 말하고, 김중위의 아버지와 법의학자 노여수씨만이 관객들과 함께 서서 그가 ‘타살’ 됐음을 입증하려 한다. 사건 당시를 재연한다며 누가 봐도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총을 들이대는 법의학자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토론자들의 모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모두가 상식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법한 ‘눈에 보이는 진실’을 멋대로 조작하고, 은폐하는 국방부의 작태.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참았던 쓴웃음을 토해낸다.

죽음으로 그를 이끈 것은 총을 쏜 누군가였겠지만, 죽은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권력의 횡포와 불의였다. 상영이 끝나자, 극장 한쪽에서 서러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고(故) 김훈 중위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한 싸움 속에서, 진실을 위한 투쟁 속에서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한스러운 사연을 털어놓았다. “남편과 아들은 모두 군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인생을 바쳐왔다”며, “그런 국가에 의해 죽음을 당한 아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워 편히 잠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필름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거짓 없는 진실이기에 진정으로 눈물겹고 가슴 아픈 다큐멘터리 「진실의 문」. 관객들이 떠난 텅 빈 극장에서는 진실을 위한 필름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고귀한 진실을 머금은 영사기가 진정으로 향하려는 곳은 하얀 스크린이 아니라 뜨거운 우리의 심장이다. 오는 3일(수)까지. (문의: http://www.sido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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