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경찰

2년의 군복무기간 동안 일반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특히 시위 현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으로 부대끼는 사람들―전투경찰. 방패와 헬멧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을 마주치게 될 때 사람들은 살벌함을 느껴 위축되곤 한다.

전투경찰은 전경과 의경으로 나눠진다. 이들은 자대배치의 경로와 소속,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른데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의무전투경찰을 일컫는 의경은 경찰청 소속이다. 이들은 자원 입영해 중앙경찰학교 교육을 받고 경찰서나 기동대에 배정받아 순찰이나 시위진압, 교통정리 등 치안보조업무를 맡는다. 이에 비해 작전전투경찰 즉 전경은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해 훈련소 생활을 마친 후 무작위로 선발, 전경으로 전환된다. 그들은 경찰서나 전경대에 배정받아 주요 시설경비 및 시위진압 등 이른바 ‘대간첩작전’을 수행한다.

전투경찰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진압중대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생활은 딱히 ‘평소 일과’라는 것이 없을 정도로 불규칙하다. 휴일도, 근무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자신이 언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자신들도 모르는 것이 바로 진압중대 소속 전투경찰들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차영찬 상경은 자신의 생활에 대해 “다음 날 어디서 어떤 시위가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장비를 준비해서 시위 장소로 나가면, 아무리 늦어도 시위가 완전히 끝나야 부대로 돌아올 수 있다.

시위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되는 전투경찰.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군상도 제각각이다.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하면서 행진을 하던 중에 한 전경에게 “학생, 이거 좀 먹을려?”라고 하시며 과일 하나를 건넸다는 아주머니처럼 전투경찰을 ‘군복무중인 보통 사람’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전투경찰과 마주선 상황에서 다짜고짜 전경의 헬멧을 들어올려 뺨을 때리고 욕설을 했던 아저씨처럼 전투경찰이라면 무조건 적대시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투경찰 개인의 성향이나 그들에 대한 시위군중 개개인의 태도와는 관계 없이 시위 현장과 내무반에서 그들이 부딪혀야 하는 현실은 전투경찰들이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흥분한 시민들의 욕설과 폭력을 대하다 보면 전투경찰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밀릴 경우 나중에 돌아올 기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필사적으로 시위대를 막아내야 한다. 따라서 시위대와 전투경찰들의 몸싸움은 과격해지기 쉽고, 전투경찰로서는 시위대를 좋게 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엄격한 내무반 군기도 여기에 일조한다. “군인은 한번의 실전을 위해 백번을 훈련하지만 전투경찰은 항상 실전을 치른다”는 말처럼, 직접 시위대와 대치해야 하는 진압중대 전투경찰들은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무반에서 구타와 기합 등으로 엄하게 기강을 잡는다. 내무반에는 신병을 관리하고 군기를 잡는 속칭 ‘챙’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전경으로 복무했던 성균관대 유형돈군(정외·2)은 “시위진압 도중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에는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 전경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아무런 감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현실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위에 대해 점차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불규칙한 생활과 사회의 부정적 인식, 빡빡한 내무반 생활 등 진압 중대 소속 전투경찰들의 생활은 꽤나 험난하다. 그들은 일차적으로는 전투경찰과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필요가 없는 ‘합법적·평화적 시위’를, 좀 더 궁극적으로는 시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오늘도 사회 곳곳의 시위현장에서는 시위대와 전투경찰 사이의 극한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전투경찰은 그 존재 자체가 유군의 표현처럼 ‘시대의 아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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