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준비 속에서 미묘한 탐색전이 시작됐다.

현재 사개위가 로스쿨 설치 대학수나 인가기준 등에 대해 뚜렷한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학교 법과대학들은 분주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이에 로스쿨 제도가 시행될 경우, 그 유치를 둘러싸고 팽팽한 경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소재 법과대학들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우선 서울대의 경우 로스쿨에 대한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로,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를 취했다. 이는 서울대가 이미 41명이라는 국내 법과대학 중 가장 많은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고, 시설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화여대는 2~3년 전부터 ‘로스쿨 준비위원회’(아래 준비위)를 조직하고 꾸준히 로스쿨 설립에 대비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법과대학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며 시설확충과 교수충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는 아직 모의법정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공간만 확보해놓은 등 시설이 충분치 않으며, 교수확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와 한양대는 준비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지만, 한양대의 경우 법과대학 교수진 전원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로스쿨 운영현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22명으로, 교수 수로는 서울소재 법과대학 중 6번째에 위치한다. 이에 법과대학은 오는 2005년 3월, 4명의 교수진을 충원할 계획이며 앞으로 교수 30명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대학교는 이밖에, 로스쿨이 설치됐을 경우 그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법과대학장 박상기 교수(법학·형법학)는 “교육부에서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는 2007년쯤에는 학부 법대생들을 모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로스쿨의 학비는 1년에 2천2백만원인 일본의 로스쿨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고, 높은 학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여금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대학교 로스쿨의 특성화 방향에 대해서도 박교수는 “미묘한 문제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 양성을 위해 무역과 국제거래에 연결된 법영역이 특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의 활동 외에도, 법과대 학생회는 오는 9일(예정) ‘로스쿨 설명회’를 개최해 학생들에게 로스쿨 도입에 대한 실질적인 전망과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 법과대학 관계자들은 현재의 준비상황에 대해 “아직 인가기준이 분명치 않기 때문에 로스쿨이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 환경을 정비하는 정도”라고 말하면서도, 로스쿨 유치에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미 이를 위한 준비작업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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