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싸움으로 변질되는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본다
법학전문대학원(아래 로스쿨), 그 논란의 진정한 서막이 올랐다.
지난 10월 4일 법무부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아래 사개위)는 오는 2008년부터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에 ‘법조인 양성 및 선발제도 최종안’(아래 최종안)을 넘겼다. 이로써 문민정부 시절부터 지지부진하게 논의돼오던 로스쿨의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 합격만으로 법조계에 진입할 수 있어 ▲전문법조인 양성 미흡 ▲과다한 응시생과 장수생으로 인한 국가 인력의 낭비 ▲법학 및 기타 전공 교육의 파행 등의 문제점이 야기됐다. 그러나 로스쿨의 도입으로 각 학생들은 학부 때 이수한 다양한 전공과 연계해 전문화의 토대를 닦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사법시험이 정상적으로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용이하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자격시험으로 전환돼, 장기간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각축장
이번 최종안은 로스쿨 설립대학의 법학과를 폐지하고 로스쿨 이수학기를 3년 이상으로 시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인가기준이 되는 전임교수의 수나 실무가 비율, 입학정원 등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나눠 제출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다. 여기에 전국변호사협회(아래 변협), 사개위, 한국법학교수회(아래 교수회), 각 학교 법과대학,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 학생들 간의 이해관계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변협은 로스쿨 도입 자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교협 상임대표 주경복 교수(건국대·불문)는 “자격시험화될 사법시험으로 인해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 현재 변호사들이 소수 전문 인력으로서 누리는 기득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가장 첨예한 논란이 이는 사항은 정원에 대한 문제다. 로스쿨 정원이 곧 법조인의 수가 되기 때문이다. 사개위는 변협이 제시한 1천2백명 수준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민교협은 인구수와 OECD 국가들의 수준을 고려해, 최소 2천명 이상의 정원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5천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인구는 6배 많은데 비해 변호사 수는 1백91배가 많고, 유럽 또한 일상적 고등교육 차원에서 법조인을 배출해 변호사 수가 월등히 많다.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기득권층으로의 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다른 대립은 로스쿨 교수진에 대한 것이다. 사개위 안에 따르면 전임교수대 학생의 비율은 1대15정도로,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 5년 이상 법조실무 경력을 갖춘 교수를 20%이상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변협은 실무가 비율을 최소 70% 이상으로 시작해 100%까지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수들 대부분은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 실무가 위주의 로스쿨에 수용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교수회 사무총장 정호열 교수(성균관대·법학)의 말처럼, 교수들은 실무가 비율을 지정해 두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시 우려되는 양상들
각 이해당사자들의 대립은 실질적인 로스쿨 운영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문제는 로스쿨이 설립되지 않는 대학들의 법대 운영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데 있다. 변협측은 법학과는 공무원 시험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사개위는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이처럼 법대 운영방안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각 법과대학들은 ‘로스쿨이 없는 법대는 파행 운영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을 모집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 또한 거세다. 미국 로스쿨의 경우 각 대학의 실력차에 따라 학점을 차등 반영한다. 예를 들면, 우수대학 출신자는 학부성적이 상위 15% 이내면 뽑고, 그보다 못한 대학은 5~10%에 들어야 합격을 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로스쿨도 이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 대학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즉, 로스쿨 입학에 있어 대학성적의 합리적 반영법을 찾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학생들이 로스쿨 도입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단연 학비문제다. 미국 로스쿨은 1년에 3천5백만원에서 4천만원, 일본 로스쿨은 1년에 2천만원 가량의 학비가 든다. 이와 관련해 조일념군(법학·3)은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며, 이는 계급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과대 학생회장 한지숙양(법학·4)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도 치열한 경쟁을 요하기 때문에 현재 법대학생들 대부분 사법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오는 2012년까지는 지금의 사법시험이 유지되기 때문에, 로스쿨에 무관심한 편이다. 로스쿨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저학년들도 학비문제나 입학경쟁 등의 부담감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로스쿨까지 가면 총 7~8천만원이 필요하게 된다. 부담스러워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준모군(법학·2)도 그 중 한명이다.
이처럼 갖은 대립과 문제점들을 남긴 채 사개위의 최종안은 교육부로 넘겨졌다. 앞으로 교육부는 심의를 거쳐 세부적인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로스쿨 도입의 본래 목적은 그동안의 사법고시 체제로 형성된 법조계의 소수독점 구조를 타파하고 법률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고착화된 구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득권은 로스쿨을 또다른 장벽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처럼 본래의 목적이 망각되고 있는 로스쿨은 학생과 대학, 법조계 모두에 환영받지 못하는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