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아침 9시,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반겨주는 것으로 보육교사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상을 짓는 아이들이지만,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춰 인사하고 나면 금세 웃으며 선생님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한다. 어느새 저녁이 돼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오면, 손을 흔들며 아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보육교사들은 이렇게 하루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하루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한편의 동화처럼 평화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보육교사들에게는 하루 종일 ‘휴식시간’은 물론이고 ‘점심시간’이라는 것조차 없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다보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서 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아이들을 살펴야 한다. 이에 대해 연세 어린이집 이순옥 보육교사(31)는 “항상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돌보는 아이들 중 한명이 아픈 날이면 더욱 힘들어진다. 저녁까지 아이를 간호하고 심할 경우 병원까지 데려가야 하는데, 다른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히 어린 영아들을 돌보는 보육교사에게는 그들만의 ‘직업병’이 생기기도 한다. 아기둥지놀이방의 신현영 보육교사(42)는 “많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수유까지 해줘야 하기 때문에 허리와 어깨, 다리 등이 아플 때가 많다”고 말한다. 가시적인 학습 효과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한글, 영어, 산수 등에 대해 유치원 못지 않은 교육을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 각 보육시설마다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학습’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장시간 힘들게 일하면서도 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는 그래도 보조금이 나와 나은 편이지만,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초봉이 평균 80만원 정도라고 한다. 근무 시간이나 일의 강도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보수다.

현실적인 어려움만큼이나 사람들의 인식 문제도 보육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보육교사는 만 2세 이하의 영아와 만 3~7세의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을 돌보고 지도하는 일을 모두 맡게 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보육교사를 전문적 직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씨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유치원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어린이집 선생님은 애 보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신씨는 “태어나서 나를 통해 처음 세상을 만나는 아기들을 생각하면, 뿌듯하면서도 엄청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세 어린이집 석은선 원장(40)도 “보육교사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역할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눈을 통해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들, 항상 아이들과 함께 웃는 사람들, 그런 그들의 미소가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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