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 사립대학들은 2005학년도 수시 1차 모집과정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느냐 여부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우리대학교와 관련해서는 지난 3년간 지원자들의 기초서류평가에서 서울특목고, 지방특목고, 서울 강남소재 고교 순으로 약간의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측은 특정고교에 의도적으로 가산점을 주는 시스템은 없으며, 평가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사후적으로 그렇게 나왔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교육부와 대학의 진단이 상치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대학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사회의 미래 발전에 기여한다. 그런데 미래란 매우 중요하면서도, 또한 매우 불확실하다.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학은 누구에게나 미래를 개발할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 한편, 미래란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확률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현재 대학과 교육부는 이 두 가지 점을 모두 잘 인식하고 있으며,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대학입시에 소위 3불(不)원칙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을 제외하고는 대학에 완전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학 역시 3불(不)원칙을 지키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적 권한은 대학이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전교조가 끼어 들어 3불원칙을 완벽하게 지키지 않으면 사회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교육부의 3불원칙 중 어느 것도 법제화돼 있는 것이 없다. 이들은 단지 교육부의 권고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무엇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합법이고, 불법인지 명확한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스스로 공정성과 미래성을 감안해 판단한 평가에 대해 강남북 고교출신자가 동등한 비율로 합격하지 않은 사후적 결과가 나왔으므로 비난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현시점에서 교육부가 할 일은 고교등급제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만들어서, 대학들로 하여금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3불원칙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금과옥조인지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이런 재고 끝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학들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 평가방법을 연구해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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