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사의 한 드라마 PD는 얼마 전 “중급 정도의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수 차례 집에 찾아가 사정했다”며 변화된 매체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방송사 PD가 이럴 정도이니 각종 스포츠지를 비롯한 연예전문매체들의 취재환경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중급 스타의 인터뷰기사 하나 쓰기 위해서 매니저들에게 세 번, 네 번 부탁하고, 읍소해야 하는 것이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느덧 연예기획사들은 코스닥 등록업체가 나올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고, 톱스타의 영향력을 무기로 방송 및 매체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과연 연예판이 이렇게 될 동안 연예저널리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기존의 연예저널리즘은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A양, B양 하며 없는 스캔들 기사를 지어쓰고, 사진이나 크게 박아넣는 스타 홍보용 인터뷰 따는 데만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연예기획사의 협조없이는 매체를 유지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고, 언론 본연의 비판과 견제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또한 이러한 가십성 기사들의 양산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면서 구독률과 영향력 모두 크게 떨어져, 지금은 생존의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1990년대 스포츠신문이 한창 잘 팔려나갈 때 각종 언론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기사의 선정성을 비판했다. 스포츠신문 측에서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아야 매체가 팔린다는 논리로 버텼다. 시장의 논리가 그랬기 때문에 그 어떤 공적인 비판도 스포츠지의 연예저널리즘을 바꿔낼 수 없었다. 지금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관행을 뒤바꿔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언론은 지식 산업이다. 다른 일반인들이 생업에 바빠 연구할 수 없을 때, 기자와 논객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해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전달해줘야 한다. 그리고 구독자들은 그 대가를 지불하고, 그렇게 확보한 매체의 신뢰성과 대중성으로 광고를 확보한다. 연예저널리즘은 바로 이렇게 원론적인 매체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바꿔낼 수 있다.

연예인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물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반이나 드라마 영화도 상품이다. 그렇다면 음반평이나 영화평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이라는 상품을 검증할 수 있는 스타평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해당 스타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해주거나, 스타가 만들어내는 신드롬 등의 의미도 해석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런 스타를 배출하는 기획사 역시 경제적 혹은 산업적으로 취재보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연예산업은 이제 IT 분야와 함께 장차 대한민국의 국가 주력 사업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나 자동차에 대한 경제기사가 있다면 연예산업에 대한 경제기사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류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기사가 나와줘야 한다.

예전처럼 스포츠지가 1백만부씩 팔리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이제는 연예산업 종사자, 혹은 예비 지망생들이 사업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급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충성도 높은 고급독자 10만명만 확보해도, 700광고나 수주하는 지금과 달리 스타마케팅을 하는 건실한 기업광고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취재원 당사자인 스타 역시 원하는 바일 것이다. 자신의 사생활이 아닌 자신의 공적 활동을 대상으로 언론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들의 상품성도 높아질 것 아니겠는가? 연예저널리즘의 개혁은 매체와 스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며, 시급히 실천해야 할 과제다.

/ 브레이크 뉴스 편집국장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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