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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격차 반영, 차별인가 현실인가

▲ 기초서류평가 점수의 지원자별 분포 - 색칠된 부분은 지역별로 가장 많은 학생이 분포한 점수대를 표시한 것임.
“고교등급제 금지 정신을 훼손했다.”


지난 8일 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의 정기언 차관보는 교원·학부모 단체들이 이번 2005학년도 1학기 수시전형에 대한 문제제기에 따라 실시한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위와 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이화여대는 지원자 출신고교의 최근 3년간 당해 대학 입학자수, 입학자들의 수능 성적 등을 전형에 반영한 점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는 지역별·고교유형별 합격자 분포가 편중된 점 ▲1단계 서류평가 결과, 지역별·고교유형별 분포 차이의 크기(이화여대, 우리대학교, 고려대 순)가 나타난 점 등을 조사결과 지적했다.

고교간 특색이 1단계 평가에 영향

우리대학교 수시 전형 1단계에서는 고교 학생부(아래 학생부) 60%와 서류평가 20%의 평가기준을 통해 모집인원의 2배수를 선발했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9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수시 전형 1단계 평가에서 학생부 성적 상위 1%와 10%의 차이가 0.79점에 불과해 학생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주요 평가 기준이 된 부분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기초서류평가 점수였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는 그 내용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돼 서울대에서는 이를 점수화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대학교에서는 이를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류평가점수는 합격여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돼있다. 우리대학교의 지원자별 점수 분포는 위의 표와 같이 특목고, 강남지역이 더 높은 점수 분포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입학관리처장 백윤수 교수(공과대·로봇공학)는 “제품을 살 때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에서 그 동안 만들어낸 실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구축된다”며, “출신학교의 교육, 교장과 교사의 능력, 교육풍토가 지원학생의 교육수준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입학관리처에서는 “기초서류평가위원에게 학생들의 출신학교 특성에 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해, 입학 후 학업성취능력을 종합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의 특성 파악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백처장은 “직접 고교에 찾아가 이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생 고교, 지방의 중소 고교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지 못했고, 이를 배려한 특별한 기준도 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고교 교육환경의 특색을 반영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백처장은 “교육부의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중 각 고교의 특성을 내부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고교등급제 금지 조항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발표 후 외부의 움직임

교육부 발표가 있은 뒤, ‘개인간 평가가 아닌 학교 단위의 평가가 수시에 적용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이미 밝혔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아래 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는 성명서 제출, 청와대 앞 단식 투쟁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학벌없는사회 이병호 대변인은 “지역간·학교간 학력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선배의 업적, 교사 실력, 학교 프로그램과 연관해 평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이 명시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는 학력의 세습으로 이어진다”는 이대변인은 “고교등급제는 30년 동안 교육부가 이끌어 온 고교평준화에 정면으로 반하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은 “지방에 사는 학부모들은 서울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 서울에 사는 학부모들은 강남 쪽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학부모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어떻게 대학에서 부도덕한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지탄을 면하기 어려우며, 앞으로 계속 고등교육을 맡겨도 좋은지 의심스럽다”며 대학의 신뢰성에 강한 의혹을 제시해 앞으로 수시전형 학생 선발에 관한 문제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 지난 8일 일부 학생들이 고교등급제를 일부 시행했다는 교육부발표와 관련해 학교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흡한 제도, 결국 학생만 피해

본래 수시의 취지는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과 창의력을 발굴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학기 수시전형은 ▲개인간의 능력 경쟁에 출신학교가 관련된 점 ▲교육부와 대학이 학생부 성적에 대한 논의를 미룬 채 책임을 떠넘긴 점 ▲대학이 수시입학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대학측에서는 이제까지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차, 일부 학생부가 부풀려진 젼을 이유로 학생부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실시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는 전국 2백 10개 대학 총장이 모여 고교등급제 시행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노력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동석차와 평량평점이 기입되므로 내신 성적 산출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지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결국 교육부와 대학측은 서로의 의견을 고수한 채 보다 변별력 있는 학생부 산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대학이 학생부 이외의 평가 기준을 적용하게 됐으나, 수험생에게 입시 정보를 명확히 기재해주지 않은 점은 잘못으로 지적된다. ‘200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 방향’에서 교육부는 대학에 ‘주요 입학정보를 사전 예고해 수험생 및 학부모의 예측이 가능한 대학입학전형이 되도록 대학입학전형의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학생부 성적 60%는 명목적이었으며 내신의 비중이 작았다는 점과 출신학교 특성이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이 명시되지 않은 점은 예측 가능한 대학입학전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대학교와 교육부에서 서로 간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를 본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교육평등권과 대학자율성

우리대학교가 고교등급제 논쟁의 핵심에 서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학생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지역간 학력 격차가 엄연한 현실인데 어떻게 이를 똑같이 적용하는갗, ‘학생부 성적은 별로 변별력이 없다’ 등의 이유를 들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역간 학력차는 이미 정시모집에서 반영되지 않느냐’, ‘지역간 학력 격차가 있다고 고교등급제를 한다면 그 격차가 더 커질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대학교에 재정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은 강력한 제재 조치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고교등급제 찬반 여부를 떠나 교묘하게 말을 바꾼 대학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밝힌 양병욱군(토목·2)의 말처럼 ‘고교등급제’를 두고 번복된 태도를 보였던 학교는 학내외 구성원들에게 우리대학교가 그간 쌓아왔던 신뢰에 큰 손실을 줬다. 이제 대학은 고교간의 차등을 둬 점수로 산출하는 기존의 방식을 검토하고, 다양하고 보다 공정한 전형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우수한 학생들을 보다 합리적으로서 선발함으로써 교육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정책의 큰 틀에서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달우 기자
daru@yonsei.ac.kr

이달우  daruy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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