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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역사의 숨결을 빚는 무대메이드 인 신촌- 소극장 '산울림'을 찾아

‘그 많던 소극장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예전에는 신촌에 연우, 까망, 민예소극장 등 몇몇 소극장이 있었지만 대학로에 문예회관이 자리하면서 모두 이전했다. 이들 소극장이 신촌을 떠난 후 신촌 지역의 유일한 소극장으로 자리잡은 곳이 ‘산울림 소극장’이다. 신촌에서 홍대 앞으로 가는 길목을 지나다 보면 ‘산울림 소극장’이라는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곳은 지난 1985년 3월 3일 극단 ‘산울림’의 전용극장으로 세워져 올해로 약관의 나이가 됐다.

산울림 소극장은 산울림 극단 임영웅 대표와 그의 부인 서울여대 오증자 교수(퇴임·불문학)에 의해 설립됐다. “처음부터 건물을 극장 구조로 설계해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신축한 것이 특짹이라는 극단 산울림의 연출 담당 이범씨의 말에서 이 건물을 영원히 소극장으로 남기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타 소극장이 그렇듯 산울림 소극장도 항상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임대표는 “관객 2∼3명을 앉혀 놓고 공연한 적도 있었다”며, “흥미있는 작품만을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관객들의 이분법적인 태도가 소극장 쇠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소극장 문화가 점점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도 산울림 소극장은 언제부턴가 ‘여성연극의 메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 공연 중인 『데드피쉬―네 여자 이야기』를 비롯해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대에 바다를 발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이 곳에서 공연된 작품들은 유독 ‘여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중류층 여성 모니끄가 남편으로부터 애인이 있다는 고백을 듣고 느끼는 초조함과 분노를 그린 연극 『위기의 여자』처럼 산울림 소극장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중년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년 여성들은 발걸음을 소극장으로 옮기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무대에 올린 산울림 소극장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산울림 소극장은 최근에 폴란드 국립극단 ‘비브제제’, 일본 국립극단 ‘지인회’ 등을 초청, 외국 연극계와의 교류도 촉진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 외에도 산울림 소극장은 지난 2002년, 관객들과 신촌의 젊은 유동인구에게 소극장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건물의 1층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카페 산울림’을 개장했다. 이씨는 ‘카페 산울림’을 “산울림 극단의 역사와 예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문화공간”이라며,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모임과 회의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산울림 소극장의 20년 역사와 함께 해온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들이 눈에 띄고, 이러한 포스터들은 그들이 이 연극에 담아낸 열정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산울림 소극장은 이제 신촌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위치를 확고히 다진 상태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던 소극장들이 사라진 후, 신촌의 한 모퉁이를 꿋꿋이 지키는 그들은 오늘도 여전히 연극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최욱  weezer5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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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의 세월을 관객과 신촌과 함께 한 '산울림 소극장' /이종찬 기자 ssuc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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