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언니네 이발관’. 갑자기 떠오른 영화 제목이 이 밴드의 이름이 된 그 순간부터 그들의 노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짧지만 특별한 기억을 새기도록 운명지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무대에 오를 땐, 링에 오르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내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소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언니네 이발관. 그들은 ‘쌈지사운드페스티벌(아래 쌈사페)’에서도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즐기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동경」, 「순간을 믿어요」 등 네 곡을 들려준 언니네 이발관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는 밴드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건”이라며, “좋은 기억으로 남을 시간이었다”고 이번 쌈사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1년 우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렸던 3회 쌈사페에도 참여했던 언니네 이발관은 이 행사에 대해 “현재까지 거의 유일하게 계속되고 있는, 특유의 색깔을 지닌 축제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로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또 두 개의 무대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쌈사페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새롭고도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쌈사페만의 특징이기도 한 ‘숨은고수’의 선발과 그 참여 과정에 대해서는 “가능성 있는 밴드들에게 성장의 기반을 닦아주는 것 같다”며, “쌈사페 무대 데뷔를 목표로 하는 밴드들도 다수 있다”고 말해 쌈사페가 인디밴드들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파티와 공연의 결합, 서점에서 갖는 쇼케이스 등 색다른 공연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한 그들은 “우리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무대를 실현하는 중”이라며, “서점에서의 공연이든, 파티형식의 공연이든 우리가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런 공연을 통한 팬들과의 만남은 음악적인 욕구를 가득 채울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하나가 되고 또 멤버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가장 즐긴다”고 말하는 언니네 이발관은 쌈사페에서 전했던 깊은 감동을 언제까지나, 어디에서건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밴드였다.
언니네 이발관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노을빛과 하늘빛이 만들어 낸 찰나의 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노래 제목 「순간을 믿어요」처럼, 그 순간만을 기억하게 할 유일하고도, 특별한 색이었다. 4명의 사람과 4개의 악기가 만나 최고의 순간을 선사하는 그들처럼.
repair shop
‘숨은고수’들은 정말 숨어 있었다! 쌈사페 무대에 올랐던 숨은고수 참가자들은 신선한 음악들을 전하며 3만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한 곡들이 주를 이뤘던 이번 쌈사페에 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밴드는 독특한 멜로디에 짙은 감수성을 담아낸 음악을 선보인 ‘리페어샵(repair shop)’이었다.
지난 6월, 기획사 없이 직접 자신들의 앨범을 내기도 한 리페어샵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밴드였다. 이번 쌈사페에서 ‘숨은고수’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묻자, 리페어샵은 “수많은 밴드들이 음원을 제출해 쌈지의 자체적인 심사와 네티즌 들의 심사를 받는다”며, “세 번 정도의 심사를 통과해 숨은고 수 5팀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쌈사페 무대에 올라선 소감에 대해 그들은 “리허설용 정도로 인디밴드들을 참가시키는 다른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쌈사페는 숨은고수들을 많이 노출시켜줬다”며, 그런 노력 덕분에 쌈사페 숨은고수 출신 밴드들이 많은 인지도를 얻게 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넓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매우 좋았지만, 두 곡만 부른 것은 아쉽기도 했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커다란 무대 위에 오른다는 부담감을 갖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전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리페어샵은 한번 즐기고 잊혀져버리는 음악보다는 듣는 이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일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스스로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음반 녹음에 있어 컴퓨터를 통한 보완이 많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며, “하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느라 힘든 점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꾸준히 리페어샵만의 음악 세계를 담아낸 앨범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오늘, 클럽들이 설 곳을 점점 잃어가는 상황에 대해 그들은 “음악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으리라 예상했지만, 무엇보다 힘든 순간은 관객들이 우리들의 음악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일 때”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디음악을 좋아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방송 중심의 음악계가 변화한다면 인디밴드들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무대를 통해서건 음반을 통해서건 언제나 다양한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다짐하는 리페어샵. 몇 년 후에는 ‘무림고수’로 그들을 만나볼 수 있길 바라며 그들의 연습실을 나섰다. 리페어샵이라는 그 이름처럼 자신들의 음악을 조금씩 고쳐가고, 더해가며 그 깊이를 찾게 될 그들의 청사진을 그려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