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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영어강의를 접하기 쉬워졌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우리대학교 내에서도 ‘영어강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학교 측은 세계 명문대학으로의 발돋움을 목표로 지난 1999년 2학기에 처음으로 영어강의를 개설한 이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서인지 분위기가 자유롭고 의사소통도 잘 이뤄졌다”는 한유선양(경영·2)의 말처럼, 학생들은 영어강의의 취지나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어강의는 여러가지 부족한 점을 지니고 있다.

 

미흡한 점 드러나는 영어강의

 

무엇보다도 수업의 질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학생들은 영어강의를 통해 영어와 친숙해지고 전공관련 영어지식을 습득할 것을 기대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업 내용 및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한양은 “예전에 한국어로 들었던 비슷한 과목과 비교했을 때, 진도도 느리고 난이도도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 진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 중 하나는 교수와 학생들 대부분이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응용통계학과 전공과목인 ‘다변량통계분석’을 영어로 강의하는 이학배 교수(상경대·통계그래픽스)는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지만, 일반강의에 비해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수업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과대학 전공과목을 영어강의로 들었던 이아무개군은 “어려운 전공과목을 영어로 들으니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거의 독학하다시피 했다”며 당시 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문제점의 또다른 원인은 학생들 간 영어수준 차이다. 우리대학교에는 재외국민 출신으로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영어강의가 학생들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일률적인 영어강의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자칫 학점따기를 위한 과목, 영어를 못하는 학생에게는 피해야 할 과목으로 인식될 수 있다.


영어강의의 제한된 폭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현재 각 단과대별로 개설된 영어강의 과목수는 총 1백1개로 전체 개설과목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1학기 당시 개설됐던 영어강의가 전체 강의의 0.5%인 11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비춰볼때, 이는 많이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 1백1개의 영어강의 중 57개의 강의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과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과대에 개설된 영어강의는 극소수라 학생들이 영어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그리고 강의의 종류와 수가 워낙 적어 영어강의 간 연계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영어강의의 대부분이 3·4천 단위인 고학년 강의에 치중돼 저학년들은 영어강의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한 학생은 “저학년 때 전혀 듣지 않아 고학년이 돼서도 영어강의 수강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며, 다양한 영어강의가 갖춰져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일관된 커리큘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수강신청 어려운 국제교류원 수업

 

각 단과대별로 개설된 영어강의 외에, 외국에서 우리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온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국제교육교류원(아래 국제교류원)의 영어강의 도 관심의 대상이다. 본교 교양 영어강의가 부족해 많은 학생들이 국제교류원 영어강의의 수강을 원하지만, 그 수강신청이 쉽지 않다. 국제교류원 수업의 대부분이 새천년관의 소형강의실에서 이뤄져 정원이 적은데다, 본교 학생들에게 할당된 쿼터가 전체 정원의 1/3 이하이기 때문이다. 김무선군(정외·2)은 “수요초과 현상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강의 수나 수업 정원을 늘리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국제교류원의 강의는 학년별 쿼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개 고학년 선에서 수강신청이 마감되기 때문에, 저학년들의 불만은 더욱 높다.


이에 대해 국제교류원 이경오 주임은 “국제교류원 수업은 본래 교환학생을 위한 수업이며 토론지향형의 소수정예 수업이므로, 본교생의 비율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학년별 쿼터제도에 대해서는 “본교생의 비율이 열명 이내로 매우 적어 학년별 제한을 두는 것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능하면 4학년에게 우선권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교류원은 수업의 초과수요에 맞춰 매학기 영어강의를 증설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제교류원 수업의 특성상 한계가 있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을 것으로 보인다..   

 

활성화 위한 방안 및 노력

 

윤일구 교수(공과대·반도체공학)는 “현재 영어강의 수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가 익숙해질 때까지 2시간은 영어강의, 1시간은 우리말강의로 진행하는 ‘파트타임 영어강의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어강의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학교측도 다양한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현재 학교측은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에게 2만3천1백원의 추가 강의료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와 영어강의 수강생들에 한해 적용되는 절대평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제도들을 유지할 방침이다. 수업지원부 허진영 과장은 교수와 학생들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신임교원의 영어강의를 의무화하고 교원업적평가에 평점을 부여하는 등 교수가 영어강의를 많이 개설할 수 있도록 하며,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학생들의 수강비율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어강의의 양적 문제에 대해 “우리대학교는 오는 2007년까지 영어강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증진시킬 계획이다”며, “특히 오는 2006년 국제대학이 설립되면 강의의 양과 질이 대폭 개선돼 영어강의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교류원 이주임 역시 “시설 개선과 강의 증설로 본교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는 일찍이 국제화에 맞춰 영어강의를 개설하고 이를 활발히 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어강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학교측은 이런 추세에 따라 교내 영어강의를 확대시키고 그 내실을 튼튼히 다져, 2006년 설립될 국제학부의 운영에 대비하고 나아가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대학으로 발전시키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영어강의 개설추이

1999-2학기, 처음으로 영어강의 개설

2001-1학기, 영어강의 11개 / 전체의 0.5%

2002-1학기, 영어강의 21개 / 전체의 0.9%

2003-1학기, 영어강의 32개 / 전체의 1.4%

2004-2학기 현재, 영어강의 101개 / 전체의 4.3%

2005학년도 영어강의 약 220개 이상 / 전체의 10% 이상 계획

2007학년도 영어강의 약 660개 이상 / 전체의 30% 이상 계획


  /이혜윤 기자 gkdns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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