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독문과 사태’로 불리는 독문과 신규교수 임용 및 유럽문화정보센터 연구비 유용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 9개월째다. ‘지성’이란 휘장으로 가려져 있던 대학 내 교수 사회의 그늘진 면이 드러났다는 데 흥분한 당시 언론은 이를 관심있게 보도했으며,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재됐다. 뜨거운 여론에 힘입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기자가 된 직후 독문과 사태를 취재하면서 나는 사건해결의 미진함에 허탈감을 느꼈다. 독문과 교수 임용과 관련된 정보는 부분 공개에 그쳤으며, 유럽센터 연구비 유용건의 경우 현재 검찰 측의 관련자 기소여부가 불분명한 실정이다. 지난 9월 7일 총학생회가 교내 연구비 정보공개와 관련해 연구처장에게 신청한 면담 역시 아직 일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497호 좥연세춘추」에 독문과 사태 추이를 보도하면서 고민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비록 뚜렷한 진행상황이 보이지 않고 시의성도 떨어지지는 사건이었지만, 기자로서의 책임감은 이를 학내언론으로서 계속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 '연세춘추' 기자임을 밝힐 때마다 관련 기관 측은 바쁘다는 말로 일방적인 통화를 끝냈고, 그럴때면 왠지 모를 착잡함이 밀려왔다. 아무 성과없는 듯한 여름은 그렇게 흘러갔다.

우려했던 바대로 완성된 기사를 두고 혹자는 별 새로울 것 없는 일을 왜 다시 끄집어내느냐 묻기도 했다. 기자는 단지 기사로 말해야 하기에, 나는 하고픈 말들을 모두 담아낼 수 없었던 스스로의 부족함을 부끄러이 여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독문과 사태를 다시금 알리는 것이야말로 기자에게 맡겨진 무엇보다 큰 몫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잊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공간이 이른바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그 어느 곳보다 ‘순수’해야만 할 대학이기에 더욱 그렇다.

/취재1부 이나래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