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이어 또다시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강타한 대규모 병역비리 문제는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법을 동원해 병역 비리를 조장한 세력과 그들과 결탁해 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인사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 여론이 크게 형성됐다. 이에 병무 당국도 징집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더욱 철저한 관리를 다짐하고 있고, 병역비리 수사기관 또한 이미 밝혀진 특정 직업군과 일부 계층에 대한 비리 수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 불법면제자들에게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한 조처이며, 때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한 일이다.

의무병역제를 실시해, 법률이 엄격히 정한 면제 대상자를 제외하면 군복무에 예외가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이들에 대한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병역비리 문제는 단순히 불법을 저질렀다는 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기를 국가를 위해 봉사하며 군복무를 마쳤거나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위화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다시 두드러진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던 ‘유전면제 무전입대’라는 말이 입증되는 일면을 보여줬고, 불법적인 병역비리의 거대 조직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이고, 단발적인 탈법사건이 아니라 대규모의 부패조직을 척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사회 정의와 공평을 엄정하게 이룩해 나가는 개혁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수사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불법을 저지른 개인과 이를 조장한 비리 조직을 색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특히 이들 연루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나 감정적 대응만으로는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기가 어렵다. 이번 비리에 연루된 일부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의 경우처럼, 일률적 징병제를 고수하는 현 병역제는 일부 병역대상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이들에게는 병역비리의 유혹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종교 신앙 등을 이유로 한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 문제도 더불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첫째, 징병 검사의 투명성과 합리성, 무엇보다 공정성을 신뢰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도 도처에 산재한 비리, 탈법 조장의 틈을 줄여 나가는 구조적 노력을 기울여 그 결과에 대한 신뢰와 검증절차가 확보돼야 한다. 둘째, 차제에 ‘합리적 대체복무제도’ 등을 마련해 특수한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또한 불가피한 이유로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른 형태의 기회와 선택 범위를 제공하는 일도 논의하는 것을 포함, 병역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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