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

‘무엇을 하고 싶니?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다면 여행을 하지 마라 (「Love and Free」, 다카하시 아유무)’.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무얼 할지 몰라서, 어디다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 몰라 멍해져서 말이다. 지난 여름방학이 시작됐을 때, 나는 나의 생활에, 나의 모습에, 내 주위의 모든 것들에 지쳐가고 있었다.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었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와 둘이서 계획도 없이, 아는 것도 없이, 무작정 터키라는 이름에 끌려, 여행책 여러 권과 비행기표만 구해서 10일간의 터키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10일 동안 어떻게 해서든 우리끼리 터키에서 부딪혀보고, 한 순간 한 순간 모험을 해보자는 그 하나였다. 우리는 하루 계획을 세워 하루를 보냈고,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계획에 없던 일에 부딪히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계획을 세웠어도 예상한대로 되는 일은 드물었고, 매일이 새로움 투성이었다. 갑자기 아프기도 했고, 갑자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도받기도 했고, ‘삐끼’에 속아 엉뚱한 데를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차편을 알아보고, 숙소를 알아보고, 갈 곳을 정하느라 막상 관광지를 볼 시간은 줄어들기도 했다. 12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1분전에 목적지 방향을 틀어 아예 다른 도시로 가는 일도 있었다.

매끄러운 일정이 아니었고 계획대로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하루하루의 새로움 그 자체가 우리 여행의 활력소였다. 그것이 우리 여행의 목적이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내가 지금 하는 하나 하나의 행동이 나의 미래에 실패요인으로 작용할지, 성공요인으로 작용할지 항상 재보게 되고,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때 항상 불안해 한다. ‘내가 지금 잘하는 것일까? 어떤 길을 선택하면 덜 후회를 하게 될까?’ 미래가 좀 더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현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어떤 일이 생기든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든, 어떤 하루를 보내든 간에 그 순간 순간이 다 의미가 있었다. 어차피 경험하려고 여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험도 실패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고, 웃을 수 있었다.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잘하거나, 못한 것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내가 대처한 대로, 내가 겪은 대로 자체가 여행이었다.

10일간의 여행 후에 나는 처음에 던진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해보면 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느끼고 왔다. 산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서 여행을 갔더니, 막상 여행에서는 걷는 그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제는 여행에서 걸은 것처럼 그렇게 삶 속에서도 걷고 싶다.

거창한 산을 바라며 걷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에 충실하며 걸었으면 좋겠다. 실패나 성공 따위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매일 매순간에 해당하는 만큼의 은혜만큼만 바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갔지만, 이제는 나의 일상이 살아있는 동안 이 세상 어떤지 둘러보고, 경험해보려고 사는 ‘여행’이 됐으면 참 좋겠다.

/동미라 (심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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