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운동, 다시 대안을 생각한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학교생활,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빛고등학교 이경민군의 말이다. 입시위주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대안교육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지도 10여년. 입시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는 경쟁적 교육현실은 여전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안학교의 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획일적 주입식 교육에 대한 실천적 대안으로서의 ‘대안교육’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학교 붕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교육의 한계를 절감해온 사람들이 새로운 교육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에서도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하나의 대책으로 대안교육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특성화 학교가 등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확대되면서 공동육아에서 출발해 마을 공동체로 발전한 협동조합식 학교, 각종 문화작업의 경험을 쌓는 사회적 네트워크 스쿨, 정규학교의 형태를 띠지만 고유 이념을 추구하는 특성화 학교 등 형태만도 매우 다양하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그 동안의 모색은 여러 면에서 성과를 거둬왔다. 산청간디학교 양희규 교장은 “기존 교육의 잘못된 점을 보여주는 교육적 실험들을 제도권 교육이 점차 수용해 자율성 존중, 교육과정의 다양화 등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또한 제도권에 수용되지 못한 창의적·주체적 재능들을 살릴 수 있는 틀을 만든 것도 대안교육의 큰 결실이다. 그러나 대안교육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학생 부담 가중과 교사 급여 부족이 문제가 되고, 안정적 교육 서비스 제공이 힘든 실정이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는 것에도 단점은 있다. 미인가학교로 출발해 특성화 학교로 전환한 산청간디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에 통제를 받고 입시를 위한 성적 서열을 매겨야 하는 등 각종 제재 및 잡무가 많아졌다”고 양교장은 말한다. 대안학교를 포용하려는 교육부의 노력이 각 학교의 고유한 가치와 교육적 시도들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조한혜정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각 대안학교의 고유성을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 여건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charter school’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안교육운동은 단순히 새로운 교육방식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성미산학교 설립위원회 위성남 사무국장은 “우리들만의 학교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공교육 전체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대안교육은 경쟁 중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거대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다.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작은 학교’, 사회와 학교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과 연계돼 평생교육체제를 일구는 ‘지역 학교’, 관료집단이 아닌 생활공동체로서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눈높이 학교’. 대안학교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청사진을 모두의 힘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