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돼왔고 오늘날에는 많은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수준이나 아직도 난치병이 많으며, 특히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성질환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약물처치나 수술적 방법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현대의학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손상된 세포, 조직 및 장기를 새로운 건강한 것으로 교체하는 치료법 즉, 세포/조직 대체요법(cell/tissue replacement therapy)이 21세기 의학에서는 중요한 치료수단의 한 방법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를 들면 파킨슨씨질환 환자에게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당뇨병 환자에게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이식하고, 화상 환자에게는 새로운 피부조직을 만들어 이식하는 등의 치료법이 시도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의 의학을 재생의학이라고 하며, 재생의학을 통해 질병의 부분적 치료가 아닌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유전자치료가 연계되면 획기적 의학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포/조직대체요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세포 공급원은 바로 줄기세포(stem cells)다. 줄기세포는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 및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totipotent cells)라 불리며, 질병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로서뿐만 아니라 인체의 성장과 발달 연구, 질병 원인규명, 신약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

신경줄기세포를 포함한 줄기세포 분야는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계속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 완전한 정의를 내릴 수 없으나, 대개 신경줄기세포란 미성숙, 미분화된 상태로 계속 증식할 수 있는 자가갱신(self-renew)을 보이고, 한 개의 줄기세포로부터 다양한 신경원세포(neuron) 및 신경교세포(glia)로 분화할 수 있는 분화의 다능성(multipotency)을 보이는 세포를 의미한다. 이러한 신경줄기세포는 태아의 신경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해부학적 부위에서 존재해 신경계를 형성한다. 최근에는 태아뿐만 아니라 성인의 뇌에서도 해마(hippocampus)와 뇌실하층(subventricular zone) 부위에서 일생을 통해 증식하면서 계속해 신경원세포를 생성함이 밝혀졌고, 그 외 후구와 망막 및 척수 부위에서도 줄기세포가 존재함이 보고됐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성체 신경계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특정 부위에서 일생을 통해 새로운 신경원세포를 생성한다는 사실은 향후 신경줄기세포의 증식, 성장 및 분화에 대한 기초생물학적 연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의 가소성(plasticity)을 이용해 한번 손상되면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성 신경계질환을 치료하고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배아 혹은 태아기의 신경줄기세포는 해부학적 위치 및 신경발달 시기에 따라 특이화가 이뤄진다. 따라서 성체의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줄기세포는 시간적 및 공간적 상황이 정해져 있어 특이 신경세포로의 분화 가능성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성체 신경줄기세포도 뇌 이식하면 숙주 뇌에 생착(engraft-ment)한 후, 주위에서 발현되는 미세환경신호(microenvironmental signals)에 반응해 생착된 부위에 적합한 세포로 분화하는 분화의 유연성을 보였다. 또한 일부 세포는 배양접시에서 계속 배양하든지 혹은 조직손상을 받게 되면 환경적 요인의 변화(epigenetic reprogramming)에 의해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유연성이 확대되거나 줄기세포보다 좀 더 분화가 진행된 전구 혹은 원조세포에서 오히려 거꾸로 줄기세포 특성을 가지는 세포로 역분화(dedifferentiation)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성체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유연성은 지금까지 이해되고 있는 기초발생학의 지식을 넘어선 범위까지 확대돼 보고되고 있다. 주로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성체 신경줄기세포를 병아리 혹은 생쥐의 초기 배아에 주사하면, 마치 모든 종류의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종류의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함이 보고됐다. 이러한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유연성의 분자적 기전에 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상태다. 향후 신경발달 단계에서 어떻게 시간적 및 공간적 발달 신호가 신경줄기세포의 특이화를 유도하는지, 신경줄기세포의 분화의 다능성, 그리고 미분화 상태로 계속해 세포 증식하는 기전 및 신경줄기세포의 뇌 이식 후 신경계 재생이 일어나는 기전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다. 난치성 신경계질환의 치료를 위해 지금까지 개발된 방법은 골수이식을 하거나 약제나 효소 등을 주사해 치료적으로 유용한 물질을 혈관 내로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는 뇌혈관장벽이라는 것이 있어서 항상 적절한 농도의 치료 물질이 혈액에서 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한계점이 있다.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직접 신경세포 자체에 치료적으로 유용한 물질을 주입하는 유전자치료는, 아직은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선택적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특이 신경세포에 지속적이고도 조절되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이미 질병으로 인해 손상됐거나 없어져 버린 신경세포 및 신경회로를 다시 재생할 수는 없다.

/의과대 소아과 박국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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