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연세춘추」.

 

「연세춘추」가 1500호를 맞았습니다. 학보가 사랑을 받던 지난 1980년대, 대학언론의 주된 역할은 ‘모순된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였습니다. 기성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던 시절, 대학언론은 민주화의 선봉에 서있던 대학생들의 기수를 자임하며 역사의 발전을 선도했습니다. 방향은 명확했고, 나아가는 길에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 후, 사회가 절차적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많은 대학 언론의 그 같은 역할은 여러 진보적 매체들에게 전이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많은 학보사들의 화두는 ‘대학언론의 위기’입니다. 많은 학보사들이 방향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오늘, 앞으로 대학언론의 나아갈 방향을 자문해 봅니다. 사회를 ‘몸’이라 할 때 언론은 혈맥입니다. 사회의 주요 장기와 온몸 조직세포 하나하나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할 통로인 혈맥입니다. 이 혈맥이 제대로 기능해야 사회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러한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딛고 있는 사회와 그 시대입니다.

 

‘언론’인 「연세춘추」의 사회는 바로 ‘연세’입니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논하기에 바빠, 정작 ‘대학과 대학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지 못했던 많은 대학언론. 이제는 ‘대학’과 ‘대학생’으로 돌아와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제 춘추는 ‘한국사회 전반’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연세’에 대해 관심의 촉각을 세우려 합니다. 사회의 영역에서도, 문화의 영역에서도, 춘추의 주목하려는 것은 바로 ‘지금의, 우리가, 이곳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있느냐’ 입니다. 이것이 이제까지 많은 대학신문들이 거대한 사회적 명제들에 가려, 잊어왔던 ‘학보의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춘추가 연세 구성원들의 삶에 관심사에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제를 설정해 연세사회의 정론을 이끄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정보화가 제공하는 공론의 장에서 무수한 정보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학언론은 비교적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지 않고, 순수한 젊음으로 문화와 대학을 논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거기에서 대학언론의 독자성이 드러나고, 그 가치가 발현될 것입니다. 

 

방향이 바뀌어도 직필(直筆-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그대로 적음)로써 정론(正論-바른 언론)을 이끌겠다는 정신은 늘 춘추에 면면히 내려져오고 있습니다. 때로는 성긴 20대이기에 정론을 짚기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젊기에 도전에 직면해 올바른 논조를 찾아갈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위기를 논하는 오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곱씹으며 오히려 ‘대학언론의 새 지평’을 꿈꿉니다. 자신이 기반한 사회의 문제를 ‘직필’로써 드러내고 정론을 이끄는 것. 춘추가 그러한 장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1500호를 맞아 이제까지 춘추가 쌓아왔던 ‘금자탑’들에 더 한층 빛나는 돌을 올려놓으려 합니다. 춘추의 ‘정론직필’과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개혁정신’은 세월이 지나도 항상 변함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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